고유정 '의붓아들 살해 혐의' 1심 무죄…어깨 무거워진 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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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킹건' 찾지 못한 초동수사 부실 비판 피하기 어려워
현 남편 측 "책임 반드시 묻겠다"…검찰, 항소심 부담 커져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이 1심에서 전 남편 살해 혐의만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검경 수사에서 정황 증거만 확인했을 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끝내 찾지 못해 애초부터 재판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다.
법원의 무죄 판단으로 경찰은 초동수사 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고, 항소를 준비할 검찰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를 인정되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하고 과학 법칙에 부합돼야 한다.
다만 의심과 사실이 병존할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붓아들)의 사망 원인이 비구(코와 입) 폐쇄성 질식사로 추정됐으나, 피해자가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왜소하고 통상적 치료 범위 내에 처방받은 감기약의 부작용이 수면 유도 효과임을 고려할 때 아버지의 다리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앞서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청주시 소재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에 올라타 손으로 그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청주 경찰 역시 A군의 친부이자 고유정의 현 남편인 B(38)씨의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과 A군이 숨진 날 새벽 고유정이 깨어있었던 정황 등을 토대로 그를 A군 살해범으로 지목했다.경찰은 애초 고유정과 함께 B씨도 용의 선상에 올려뒀다.재판부가 언급한 대로 'B씨의 과실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고유정을 향한 정황 증거가 나오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찾아낸 건 정황 증거뿐이었다.
B씨 모발에 대한 국과수 추가 약물 검사에서 통상적인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수면유도제 성분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고유정이 사건 당일 B씨에게 약을 몰래 혹은 강제로 먹였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고유정이 사건 당일 깨어 있었다는 휴대전화 흔적도 "사건 당일 남편과 아들이 자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잤으며 아침에 깨어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는 고유정의 진술과 배치되는 듯했으나, 살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증거는 되지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고유정의 1심 무죄 선고로 장기간 수사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검경은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의붓아들 살해 사건의 피해자 측 이정도 변호인은 "사건 발생 1년이 되도록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며 "검찰이 즉각 항소해 진실을 밝혀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동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면 결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오늘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으로 바로 잡겠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이런 비판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도 "사건이 집 안에서 발생해 직접 증거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
경찰 생활하면서 이번 사건 만큼 어렵고 힘들고, 난해한 사건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검찰 역시 재판부에 제시한 정황 증거만으로는 고유정의 혐의 입증에 실패한 만큼 항소심을 준비하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고유정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혐의를 부인할 것이고, 그러면 정황 증거를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현 남편 측 "책임 반드시 묻겠다"…검찰, 항소심 부담 커져
전 남편과 의붓아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7)이 1심에서 전 남편 살해 혐의만 인정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고유정의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검경 수사에서 정황 증거만 확인했을 뿐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뒷받침할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을 끝내 찾지 못해 애초부터 재판 결과를 낙관할 수 없었다.
법원의 무죄 판단으로 경찰은 초동수사 부실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고, 항소를 준비할 검찰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0일 살인과 사체손괴,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면서 "전 남편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혐의를 인정되지만, 의붓아들 살해 혐의는 무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재판부는 "간접증거만으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하더라도 간접 사실 사이에 모순이 없어야 하고 과학 법칙에 부합돼야 한다.
다만 의심과 사실이 병존할 경우 무죄 추정의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붓아들)의 사망 원인이 비구(코와 입) 폐쇄성 질식사로 추정됐으나, 피해자가 같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왜소하고 통상적 치료 범위 내에 처방받은 감기약의 부작용이 수면 유도 효과임을 고려할 때 아버지의 다리에 눌려 사망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앞서 검찰은 고유정이 지난해 3월 2일 오전 4∼6시께 충북 청주시 소재 자택에서 잠을 자던 의붓아들(5)의 등에 올라타 손으로 그의 얼굴이 침대 정면에 파묻히게 머리 방향을 돌리고 뒤통수 부위를 10분가량 강하게 눌러 살해했다고 결론 내렸다.
이 사건을 처음 수사한 청주 경찰 역시 A군의 친부이자 고유정의 현 남편인 B(38)씨의 모발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과 A군이 숨진 날 새벽 고유정이 깨어있었던 정황 등을 토대로 그를 A군 살해범으로 지목했다.경찰은 애초 고유정과 함께 B씨도 용의 선상에 올려뒀다.재판부가 언급한 대로 'B씨의 과실치사'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인데, 고유정을 향한 정황 증거가 나오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6개월 이상 진행된 조사에서 경찰이 찾아낸 건 정황 증거뿐이었다.
B씨 모발에 대한 국과수 추가 약물 검사에서 통상적인 검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은 수면유도제 성분을 검출하는 데 성공했으나, 고유정이 사건 당일 B씨에게 약을 몰래 혹은 강제로 먹였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했다.
고유정이 사건 당일 깨어 있었다는 휴대전화 흔적도 "사건 당일 남편과 아들이 자는 다른 방에서 잠을 잤으며 아침에 깨어보니 아들이 숨져 있었다"는 고유정의 진술과 배치되는 듯했으나, 살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증거는 되지 못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역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결국 고유정의 1심 무죄 선고로 장기간 수사하면서 결정적인 증거를 찾지 못한 검경은 부실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가 됐다.의붓아들 살해 사건의 피해자 측 이정도 변호인은 "사건 발생 1년이 되도록 진실을 밝히지 못하는 상황이 너무나 개탄스럽다"며 "검찰이 즉각 항소해 진실을 밝혀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초동수사가 제대로 됐더라면 결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당시 수사를 맡은 경찰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며 "오늘의 부당한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심으로 바로 잡겠다"며 항소 뜻을 밝혔다.
이런 비판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재판 결과에 관해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도 "사건이 집 안에서 발생해 직접 증거 수집에 한계가 있었다.
경찰 생활하면서 이번 사건 만큼 어렵고 힘들고, 난해한 사건은 없었다"고 토로했다.
검찰 역시 재판부에 제시한 정황 증거만으로는 고유정의 혐의 입증에 실패한 만큼 항소심을 준비하는 부담이 더욱 커졌다.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고유정은 결정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혐의를 부인할 것이고, 그러면 정황 증거를 놓고 검찰과 피고인 측 변호인 간 치열한 공방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