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도 공장 세울 판"…코로나19 장기화에 제조업체 아우성

춘제 연후 이후에도 중국공장 가동 차질…원자재 수급난 여전
수출입 물류도 올 스톱…영세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속수무책
"중국 춘제 연휴만 지나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이러다간 3월은커녕 상반기 중이라도 공장을 정상 가동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산 부품 및 원자재 수급에 차질을 빚었던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이 사태 장기화로 중국과의 비즈니스를 중단하는 등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20일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체들은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춘제 연휴를 지난 9일까지 연장하면서 중국산 부품 등의 수급에 차질을 빚었다.

제조업체들은 지난 10일 이후 후베이성을 제외한 중국 내 생산공장들이 가동에 들어가면서 부품 및 원자재 공급이 재개되고 수출입 물류 등도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했다.하지만 중국 내 코로나19 사태가 갈수록 확산하면서 춘제 연후 이후에도 중국 내 공장들이 정상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원재료인 스테인리스를 100% 중국에서 수입하는 부산의 기계장비업체 A사는 코로나19 사태로 중국산 수입이 지연되면서 이달 들어 하루하루 생산공정을 조절하면서 버티고 있다.

A사의 수입원인 중국 업체는 3월 이후면 공장을 정상 가동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지금의 확산 사태로 미뤄 3월에도 원자재 수입은 정상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A사 관계자는 "회사 규모에 비춰 원자재 수입선을 다변화하기도 무리"라며 "사태가 진정돼 중국 업체가 정상 가동하기만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선박 엔진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수리조선업체 B사는 계약 물량의 90%를 중국 수리조선소에 의존하고 있다.

수리를 마친 선박을 시운전하기 위해서는 중국 출장을 가야 하지만, 직원들이 이를 꺼리고 있고, 해외 선주사도 코로나 감염을 의식해 중국 내 작업 지시를 미루면서 매출이 급감했다.B사 관계자도 "언제 계약이 재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출은 급격히 줄고 있어 긴급 경영자금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현지 공장을 두고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C사는 춘제 연휴 이후 공장 가동에 나섰으나 중국 정부의 자가격리 조치로 현지 공장 인력의 10∼20%만 복귀하면서 공장을 사실상 세워두고 있다.

C사는 특히 중국 공장으로 보내는 자재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출입 하는 과정에서 선박이 상하이항에 묶여 물류에 차질을 빚고 있다.

C사 관계자는 "급한 수출의 경우 선박 대신 항공편을 이용하려고 해도 중국 항공편이 70% 이상 감소한 상황에서 항공편 확보가 어렵고 운임도 급상승해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부산의 석유 공업업체 D사는 전체 수출 물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 수출길이 막히면서 수출물량이 한 달 새 60%가량 줄었다.
D사 관계자는 "그나마 수출 물량도 선사들이 중국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하면서 선적 및 수송 스케줄을 취소하거나 계속 변경하는 등 수송을 지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E사는 중국산 부품 공급난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가 생산중단을 반복하면서 2차 피해를 보고 있다.

E사는 자체 재고관리가 어려워 완성차 업체의 생산 계획에 맞춰 공장을 가동하고 있어 완성차 업체의 생산 중단 여부에 따라 공장 가동 여부를 결정한다.E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수차례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기존에 하던 잔업도 중단한 상태"라며 "사태가 길어지면 생산직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