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방-고당분 식사, 뇌 기억 중추 손상"

지방과 당분이 많은 식사를 1주일만 계속해도 기억과 식욕을 조절하는 뇌 부위인 해마(hippocampus)가 고장 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시드니 매쿼리(Macquarie) 대학의 리처드 스티븐슨 심리학 교수 연구팀이 체중이 정상인 건강한 대학생(20~23세) 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영국의 데일리 메일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지방과 당분이 많은 식사는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기능에 손상을 가져와 먹은 음식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만복 상태인데도 음식을 더 찾게 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 대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포화지방과 첨가당(added sugar)이 듬뿍 함유된 식사를, 다른 그룹엔 포화지방과 첨가당이 적은 평소의 식사를 1주일 동안 계속하게 했다.

실험 첫날과 마지막 날에는 아침 식사를 연구실에서 하게 하고 식사가 끝난 후 맛있게 보이는 가당 시리얼과 우유, 누텔라 바른 토스트 등 간식을 보여주면서 먹고 싶은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점수로 매기게 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기억력과 학습력을 평가하는 인지기능 테스트를 시행했다.

그 결과 고지방-고당분 식사 그룹은 배 불리 먹은 뒤인데도 후식으로 나온 음식을 먹고 싶은 욕구가 대조군보다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또 인지기능 테스트 성적도 대조군보다 나빴다. 이는 해마의 기능이 건전하지 못한 식습관 같은 환경적 위험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 실험결과는 또 패스트푸드가 뇌의 인지기능을 손상시켜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일부 연구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지적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것은, 이 실험이 끝나고 참가자들이 평소의 식습관으로 돌아간 다음 3주가 지나서 똑같은 테스트를 한 결과 해마의 기능도 정상으로 되돌아와 있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 학술지 '오픈 사이언스'(Open Science) 최신호에 발표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