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들] 불꽃과 음악 시간차 단 0.03초…"세계 최고 기술력"

오정민의 [기술자들] 1회 :) 한화 세계불꽃축제

▽ 음악 비트에 불꽃 쏘는 기술, 세계 최고
▽ 불꽃·스토리 '멀티미디어 불꽃쇼' 특화
▽ 불꽃축제 직업 10년 교훈? "책임의식"
[편집자 주] "역시 기술이 있어야돼". 취업을 준비하는 사회 새내기든, 은퇴를 앞둔 중년 부장님이든 한번쯤 뼈저리게 되새겼을 말. 누구나 꿈을 꾸지만, 꿈을 현실로 경쟁력으로 만드는 힘은 차별적 기술력입니다. 묵묵히 세계 최고 기술을 향해 땀흘리는 '기술자들'. 한 직업군에 10년 이상 몸 담은 기술꾼들의 이야기, 지금 만나보세요_ 한경닷컴 산업부
문범석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팀장이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불꽃놀이는 고단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에 불꽃놀이는 애니메이션 명가 디즈니사의 오프닝에 등장할 뿐 아니라 주요 대규모 행사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인 화려함을 더하는 요소다. 한때 미사일·로켓 전문가를 꿈꿨던 문범석 한화 불꽃프로모션팀장(사진)도 이 같은 '불꽃'의 매력에 빠져든 인물이다. 한화 입사 후 참석한 '서울세계불꽃축제’에 감명을 받아 끈질긴 지원 끝에 2007년부터 불꽃축제 연출을 시작하게 됐다. 이제는 매년 약 50회에 달하는 국내외 불꽃 행사의 기획·연출에 참여하는 베테랑이다.

문 팀장은 "2005년 서울세계불꽃축제 관람 당시 사람들이 기뻐하는 광경을 보며 불꽃축제가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며 "3년간 꾸준히 지원한 끝에 불꽃프로모션팀에 몸담게 됐다"고 회상했다.

문 팀장이 처음으로 참여한 행사는 2008년 서울세계불꽃축제였다. 서울세계불꽃축제는 2000년부터 한화그룹이 매년 수십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서울 여의도 한강변 하늘을 불꽃으로 장식하는 사회공헌 활동이다.관람객의 입장으로 바라보던 불꽃축제에 참여하면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고 문 팀장은 회상했다.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유관기관의 협력이 녹아있는 '종합예술'이란 점에서 한층 사명감을 갖게 됐다는 설명이다.

문 팀장은 "불꽃축제는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의욕만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름다운 불꽃축제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안전을 위해 거쳐야 하는 단계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장소에 맞춘 불꽃 디자인 작업을 거친 후유관기관의 인허가와 협조를 진행하고, 약 한달 전부터 발사 준비 작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문범석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팀장이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불꽃놀이에 대해 문 팀장은 '불꽃이라는 물감을 사용해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비유했다. 특히 음악에 맞춰 불꽃을 정확히 쏘아 올려 불꽃으로 스토리텔링 쇼를 그려내는 기술에서 세계 최고임을 자부했다. 이 같은 기술력으 바탕으로 8·15 광복 70주년 기념행사 축포 발사(불꽃놀이)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불꽃연출 등 대규모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설명이다.문 팀장은 "한화의 기술력은 조명, 레이저, 빔, 스토리 등이 어우러진 멀티미디어 불꽃쇼에 특화돼 있다"며 "음악 비트에 맞춰 불꽃을 정확히 쏘아 올리는 기술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노래의 비트와 불꽃이 터지는 시간 차이가 30초 분의 1, 즉 0.033초 이내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음악과 영상 그리고 불꽃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스토리텔링 불꽃 쇼’를 연출하는 것은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한화가 이에 앞서가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갖추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불꽃놀이가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일 뿐 아니라 문화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있음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부산불꽃축제를 제시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2005년 광안리에서 시작한 부산불꽃축제는 이제는 지역 관광자원이 됐다. 2015년부터 유료티켓을 판매하기 시작해 매년 좌석수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유료좌석 8430석 가운데 7783석이 판매됐다. 이는 2018년 매진된 유료좌석 6340석보다 늘어난 규모다.

10여년간 종사한 문 팀장이 특히 뿌듯할 때는 언제일까. 불꽃축제에 대해 달라진 사람들의 시선을 체감할 때다. '첨단기술로 만드는 문화산업콘텐츠'란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 이에 기여한 일원으로 자부심을 느낀다는 설명이다.

문 팀장은 "행사를 챙겨보는 마니아층이 생기고 행사 참가자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졌다"며 "온라인 커뮤니티과 손편지 등을 통해 행사에 대해 다양한 평가와 피드백을 주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웃음지었다.
문범석 한화 불꽃프로모션팀 팀장이 서울세계불꽃축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
수많은 행사를 거친 문 팀장에게 불꽃축제 개최 시 가장 어려운 요인은 무엇일까. 그는 '날씨'를 꼽았다. 사람이 통제할 수 없고 누구도 예측 불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에는 태풍 ‘콩레이’ 여파로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취소 위기를 맞기도 했다. 다행히 당시 행사날 오후부터 비가 멈추고 바람도 약해지면서 계획대로 성료했으나 문 팀장은 조마조마했던 기억으로 꼽는다.

10여년간 종사한 문 팀장이 불꽃축제 연출이란 직업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점은 무엇일까. 뜻밖에도 그는 '책임의식'을 강조했다.문 팀장은 "불꽃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즐거움을 주지만 관련 종사자들은 본인의 가족이나 가정에 대해서 소홀할 수밖에 없다"며 "모든 팀원들이 노력해서 만드는 행사인 만큼 '꿈나무'들이라면 화려함 만을 보지 말고 이면의 궂은일을 열정을 갖고 뛰어들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