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 시크릿, 사모펀드에 매각


한때 세계적 인기를 끌었던 미국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이 사모펀드에 매각된다. 빅토리아 시크릿을 자회사로 둔 모기업의 장수 최고경영자(CEO)도 자리에서 물러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기업 L브랜즈는 이날 사모펀드 시커모어 파트너스에 빅토리아 시크릿 지분 55%를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5억2500만 달러(약 6337억원)다. 나머지 지분 45%는 계속 L브랜즈가 보유한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고속 성장했지만 최근 몇년간 하락세를 탔다. 2017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에 들어갔다. 투자은행 파이퍼 재프리가 조사한 10대 의류브랜드 시장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빅토리아 시크릿은 2018년 상반기 선호도 5위 브랜드에서 지난해 하반기 13위로 급락했다.

20년 가까이 브랜드 상징으로 통했던 란제리 패션쇼 시청자도 확 줄었다. 2013년 시청자가 970만명에 달했지만 2017년엔 500만명으로 줄었고 2018년엔 역대 최저치인 327만명에 그쳤다. 빅토리아 시크릿은 결국 작년 란제리쇼 TV 중계를 중단했다.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오프라인 매장 일부를 닫고 본사 직원 약 15%를 감원하기도 했다.

주요 외신들은 빅토리아 시크릿이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해 인기가 떨어졌다고 지적한다. 최근엔 섹시한 디자인보다 편한 속옷을 찾는 소비자가 늘었지만 이에 대응을 못했다는 얘기다. 뉴욕타임스는 “최근엔 다양한 인종과 체형의 모델을 세우고 편안함을 강조하는 브랜드가 인기”라며 “빅토리아 시크릿은 시대 흐름을 역행하면서 시장에서 밀려났다”고 분석했다. 최근 사내외 추문이 잇따른 것도 소비자가 등을 돌린 요인이 됐다. 빅토리아 시크릿에서 일한 직원들이 겪은 성차별과 직장 내 따돌림 등에 대한 폭로가 수차례 나왔다. L브랜즈의 CEO(82)는 미성년자 성범죄 사건으로 미국 정재계에 파문을 일으킨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소비자들의 반감을 샀다.
웩스너 CEO는 이번 매각과 함께 L브랜즈 CEO 자리를 내려놓을 예정이다. 그는 미국 S&P500 등록된 기업 CEO 중 최장수 CEO로 유명하다. 1963년 L브랜즈를 창업해 57년간 회사를 이끌었다. L브랜즈 시가총액은 2015년 290억 달러(약 35조60억원)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60억 달러(약 7조2426억원)를 밑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