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 반미보수파 압승할 듯…중간집계서 테헤란 '석권'

'핵합의 성사' 중도·실용 로하니 정부 '퇴장' 예고
21일(현지시간) 실시된 이란 의회(마즐레스) 의원(총 290명)을 뽑는 총선에서 반미 보수파의 압승이 유력해지는 분위기다. 22일 밤 9시 현재 중간 집계에 따르면 이란의 민심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도 테헤란 선거구에서 다득표 상위 30명이 모두 반미 보수파로 나타났다.

테헤란 선거구에서 득표 1위인 후보는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전 테헤란 시장으로 중간 집계됐다.

갈리바프 전 시장은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으로 대선에도 3번 출마했었다. 당선되면 차기 의회 의장이 될 가능성이 큰 인물이다.

불과 2016년 총선에서 중도·개혁파가 수도 테헤란 선거구 30석을 독식한 점을 떠올려 보면 4년 만에 판세가 완전히 뒤바뀐 셈이다.

로이터통신은 중간 집계에서 290석 가운데 반미 보수성향 후보 178명이 당선권이라고 예측했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22일 오후 현재 290석 중에서 241석의 당선자가 사실상 결정됐고 이 가운데 보수 성향이 191명이며 중도·개혁파는 16명에 그친다고 보도했다.

이 흐름대로 보수파가 의회를 장악한다면 내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수 성향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서방과 핵협상을 통한 경제 발전을 공약하면서 2013년과 2017년 선거에서 승리한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중도·실용 정부가 막을 내리게 된다는 뜻이다. 로하니 정부는 2015년 7월 미국·유럽과 역사적인 핵협상을 타결해 서방의 대이란 제재를 완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일방적으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파기하면서 사실상 협상 전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중도·개혁파의 지지를 받는 현 정부가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지지도가 떨어졌고 강경한 반미 보수 세력이 반사이익을 얻게 된 것이다.

이후 이란은 최대 압박 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에 한 치의 양보없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군사적 대치도 첨예해졌다.

이란에서는 미국과 갈등이 고조할 수록 반미 강경파가 결집한다.

한편, 선거 업무를 총괄하는 이란 내무부는 이번 총선의 투표율을 22일 밤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이란 내무부는 총선일이었던 21일 유권자가 투표소에 계속 온다면서 세 차례나 종료 시각을 연장해 오후 11시에서야 투표를 마감했다.

이란 현지 언론에서는 투표율이 40%대 중반에 그쳤으며, 테헤란 선거구는 20%를 약간 웃돌 정도로 저조했다고 보도했다.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하면 현 선거제도가 도입된 1979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게 된다.

이란 총선은 대선거구제로, 주(州)를 기준으로 나뉜 선거구에 인구 비례로 의석을 할당하고, 유권자는 투표용지 1장에 이 의석수만큼 선택한 후보 이름을 적는다.

예를 들어 테헤란 선거구의 유권자는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이름을 최다 30개까지 적을 수 있다.

이 표를 합산해 다득표한 후보 순으로 당선자가 결정되는 방식이다. 당선 순위 안에 들어도 득표율이 20%에 못 미치면 두 달 뒤 결선 투표로 최종 당선자가 가려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