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50] 물갈이 본격화…민주 "시스템으로", 통합 "가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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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공천' 민주, 23명 금배지 떼…목표치 못미치는 20% 교체 예상
'혁신 공천' 통합, 텃밭서 28명 짐싸보내…TK·충청 컷오프 진통 예고
적진 뛰어든 '장수' 없어…여 '조국 내전', 야 '통합 갈등' 봉합도 과제
4·15 총선을 50일 앞둔 여야가 '물갈이'를 본격화하고 있다.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출마한 현역이 경선 전 탈락하는 '컷오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물갈이는 총선 때마다 반복됐고, 선거의 승패를 가르곤 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또는 혐오감이 큰 탓이기도 하다.다만 여야의 물갈이 폭과 전개되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더불어민주당은 인위적 물갈이를 지양한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다.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집권당이 경계해야 할 '권력자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엄격한 공천룰에 따른 경선을 거쳐 후보를 정하는 '질서있는 인적쇄신' 기조 아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민주당 구상이다.
그러다 보니 한편에선 현역에게 유리한 운동장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공천룰을 만드는 주체도 현역이 주축인 당 지도부다.
경선에 불이익을 주는 '현역 평가 하위 20%'를 공개하지 않은 점, 경선 여론조사 때 직함에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한 점 등이 전직 청와대 인사를 비롯한 원외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의 현역 불출마·컷오프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현상의 방증이다.
공천 심사가 본격화하기 전에는 40∼50명을 교체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교체율이 20%(25∼26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민주당의 불출마 현역은 20명(무소속 문희상 국회의장 포함), 컷오프는 3명이다.
게다가 불출마 가운데 5명은 현직 각료(정세균·추미애·박영선·진영·유은혜)다.
컷오프 명단에는 오제세(4선)·신창현(초선)·정재호(초선) 의원이 올랐다.미래통합당은 '가차없는 물갈이'를 천명한 상태다.
5선 국회의장 출신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눈물의 칼바람'을 예고했고, 이는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단 불출마 현역(미래한국당 포함)이 25명으로 민주당보다 많다.
의석수를 고려하면 비율은 더 높다.
윤상현(3선)·이혜훈(3선)·이은재(재선) 의원 등 3명은 컷오프됐다.
통합당은 지역구 의원 3분의 1을 포함해 현역 50% 이상 교체를 공언한 상태다.
현재 지역구 101명 중 24명이 불출마했거나 컷오프를 당했다.
아직 공천심사 초반인 만큼, 추가 불출마·컷오프·경선탈락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이 이처럼 물갈이에 진력하는 것은 '인적 쇄신'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데다, '탄핵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 등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고, 이번에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함을 강조한 바 있다.
통합당은 4년 전 새누리당 시절 '진박(진짜 친박) 공천'으로 총선 패배를 자초했고, 정권 몰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현역 교체율은 19%에 불과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셈이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물갈이 폭이 작고, 그만큼 기득권 포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맞서 경쟁력 있는 전략공천을 통한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서울 광진을에 배치, 통합당 간판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항마로 내세우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영입 인재들도 경선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희망 지역구를 적지 않는 이른바 '백지 공천신청'을 했다.
현역과의 경선이든 전략공천 배치든 당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의미다.
통합당도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전략공천하고, 김웅 전 부장검사가 지역구에 출마하는 등 영입 인재들로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당의 전략적 공간을 넓히기 위해 대구·경북(TK)을 비롯해 부산·경남(PK)과 서울 강남권 등 강세 지역의 물갈이에 더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불출마·컷오프 지역구 24곳 중 18곳이 TK와 PK, 그리고 강남3구다.
통합당 공관위는 현역들을 압박해 텃밭 TK 의원들을 더 솎아낼 방침이다.
심사 발표를 남겨둔 충청·강원권에서도 불출마를 최대한 유도하고, 여의치 않으면 공천에서 배제할 방침이다.물갈이 과정에서 당내 대립 구도와 한계가 드러났다.
상대 당이 절대 강세를 보이는 '적진'에 뛰어드는 사람도 여전히 보기 드물다.
민주당은 김남국 변호사의 금태섭 의원 지역구(서울 강서갑) 공천 신청으로 촉발됐던 '조국 내전'을 가까스로 피했다.
'팬덤'에 가까운 강성 친문(친문재인)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게 숙제로 남았다.
통합당은 대규모 물갈이에 따른 반발을 다독여야 한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그리고 전진당 등이 합치자마자 불거진 공천 잡음을 잠재우면서 불출마·컷오프 현역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보내는 것도 과제다.
민주당은 TK에서 대구 서구와 북구갑의 경우 공천 신청자가 없어 추가 공모를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도전했던 부산 북·강서을에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려는 구상이지만, 아직 '캐스팅'이 성사되지 못했다.
통합당은 1차 공모에서 호남지역 공천 신청자가 전남 목포와 여수을에 1명씩이었고, 2차 공모에선 아예 없었다.
호남에서 유일한 현역인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은 미래한국당으로 옮겼다.무소속이 된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도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
/연합뉴스
'혁신 공천' 통합, 텃밭서 28명 짐싸보내…TK·충청 컷오프 진통 예고
적진 뛰어든 '장수' 없어…여 '조국 내전', 야 '통합 갈등' 봉합도 과제
4·15 총선을 50일 앞둔 여야가 '물갈이'를 본격화하고 있다.불출마 선언이 잇따르고, 출마한 현역이 경선 전 탈락하는 '컷오프'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물갈이는 총선 때마다 반복됐고, 선거의 승패를 가르곤 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 또는 혐오감이 큰 탓이기도 하다.다만 여야의 물갈이 폭과 전개되는 양상은 조금 다르다.더불어민주당은 인위적 물갈이를 지양한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웠다.
이른바 '시스템 공천'을 하겠다는 것이다.집권당이 경계해야 할 '권력자의 입김'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
엄격한 공천룰에 따른 경선을 거쳐 후보를 정하는 '질서있는 인적쇄신' 기조 아래 공정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게 민주당 구상이다.
그러다 보니 한편에선 현역에게 유리한 운동장을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공천룰을 만드는 주체도 현역이 주축인 당 지도부다.
경선에 불이익을 주는 '현역 평가 하위 20%'를 공개하지 않은 점, 경선 여론조사 때 직함에 전·현직 대통령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한 점 등이 전직 청와대 인사를 비롯한 원외 예비후보들의 반발을 샀다.
민주당의 현역 불출마·컷오프 규모가 예상보다 작을 것이라는 전망은 이런 현상의 방증이다.
공천 심사가 본격화하기 전에는 40∼50명을 교체할 것으로 봤지만, 현재로선 교체율이 20%(25∼26명)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민주당의 불출마 현역은 20명(무소속 문희상 국회의장 포함), 컷오프는 3명이다.
게다가 불출마 가운데 5명은 현직 각료(정세균·추미애·박영선·진영·유은혜)다.
컷오프 명단에는 오제세(4선)·신창현(초선)·정재호(초선) 의원이 올랐다.미래통합당은 '가차없는 물갈이'를 천명한 상태다.
5선 국회의장 출신의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눈물의 칼바람'을 예고했고, 이는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일단 불출마 현역(미래한국당 포함)이 25명으로 민주당보다 많다.
의석수를 고려하면 비율은 더 높다.
윤상현(3선)·이혜훈(3선)·이은재(재선) 의원 등 3명은 컷오프됐다.
통합당은 지역구 의원 3분의 1을 포함해 현역 50% 이상 교체를 공언한 상태다.
현재 지역구 101명 중 24명이 불출마했거나 컷오프를 당했다.
아직 공천심사 초반인 만큼, 추가 불출마·컷오프·경선탈락을 고려하면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이 이처럼 물갈이에 진력하는 것은 '인적 쇄신' 바람을 일으켜 민주당보다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데다, '탄핵의 그늘'에서 벗어나야 하는 등 정치적 배경에서 비롯됐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고, 이번에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물갈이가 불가피함을 강조한 바 있다.
통합당은 4년 전 새누리당 시절 '진박(진짜 친박) 공천'으로 총선 패배를 자초했고, 정권 몰락의 길을 걸었다.
당시 현역 교체율은 19%에 불과했다.
같은 과오를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셈이다.
민주당은 상대적으로 물갈이 폭이 작고, 그만큼 기득권 포기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맞서 경쟁력 있는 전략공천을 통한 '인물론'을 내세우고 있다.
먼저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을 서울 광진을에 배치, 통합당 간판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대항마로 내세우는 등 '분위기 띄우기'에 나섰다.
영입 인재들도 경선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민주당은 기대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희망 지역구를 적지 않는 이른바 '백지 공천신청'을 했다.
현역과의 경선이든 전략공천 배치든 당의 판단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의미다.
통합당도 태영호 전 주영 북한대사관 공사를 전략공천하고, 김웅 전 부장검사가 지역구에 출마하는 등 영입 인재들로 맞불을 놓고 있다.
그러면서 당의 전략적 공간을 넓히기 위해 대구·경북(TK)을 비롯해 부산·경남(PK)과 서울 강남권 등 강세 지역의 물갈이에 더 드라이브를 걸 태세다.
불출마·컷오프 지역구 24곳 중 18곳이 TK와 PK, 그리고 강남3구다.
통합당 공관위는 현역들을 압박해 텃밭 TK 의원들을 더 솎아낼 방침이다.
심사 발표를 남겨둔 충청·강원권에서도 불출마를 최대한 유도하고, 여의치 않으면 공천에서 배제할 방침이다.물갈이 과정에서 당내 대립 구도와 한계가 드러났다.
상대 당이 절대 강세를 보이는 '적진'에 뛰어드는 사람도 여전히 보기 드물다.
민주당은 김남국 변호사의 금태섭 의원 지역구(서울 강서갑) 공천 신청으로 촉발됐던 '조국 내전'을 가까스로 피했다.
'팬덤'에 가까운 강성 친문(친문재인)을 둘러싼 논란이 촉발된 가운데, 후폭풍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봉합하는 게 숙제로 남았다.
통합당은 대규모 물갈이에 따른 반발을 다독여야 한다.
자유한국당, 새로운보수당, 그리고 전진당 등이 합치자마자 불거진 공천 잡음을 잠재우면서 불출마·컷오프 현역을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으로 보내는 것도 과제다.
민주당은 TK에서 대구 서구와 북구갑의 경우 공천 신청자가 없어 추가 공모를 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며 도전했던 부산 북·강서을에 참신한 인물을 내세우려는 구상이지만, 아직 '캐스팅'이 성사되지 못했다.
통합당은 1차 공모에서 호남지역 공천 신청자가 전남 목포와 여수을에 1명씩이었고, 2차 공모에선 아예 없었다.
호남에서 유일한 현역인 정운천(전북 전주을) 의원은 미래한국당으로 옮겼다.무소속이 된 이정현(전남 순천) 의원도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