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학교모의선거 재차 불허…"가상 정당·후보자이면 가능"

교육청·교원 개입 시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 주는 행위' 입장 고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교육청 주관의 초중고 모의선거 교육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며 재차 불허했다. 대신 교육청·학교·교원의 개입 없이 시민단체가 자체적으로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모의선거와 정당과 후보자를 가상으로 만들어서 하는 모의선거는 선거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23일 사단법인 징검다리교육공동체(징검다리)에 따르면 선관위는 지난 6일 선관위 전체회의 결정에 대한 징검다리의 2차 질의에 이런 답변을 보냈다.

징검다리는 서울시교육청의 위탁을 받아 4월 총선에 맞춰 초중고 40곳에서 참정권 교육을 위한 모의선거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앞서 선관위는 "선거권이 없는 학생이 대상이어도 선거가 임박한 때에 교원이 교육청의 계획하에 모의투표를 하는 것은 행위 양태에 따라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서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초중고 모의선거를 불허했다.

이러한 선관위 결정에 징검다리는 ▲ 총선일 이후 모의선거 결과를 공개해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되는지 ▲ 유권자가 아닌 학생을 대상으로 한 모의선거도 '사전여론조사'로서 허용되지 않는지 ▲ 교원이 아닌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모의선거는 허용되는지 ▲ 정당과 후보자 이름을 익명으로 처리한 모의선거는 가능한지 등을 묻는 질의서를 선관위에 보냈다.

선관위는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교원이 교육청 계획에 따라 실시하는 실제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모의선거는 (참여대상인) 학생에게 선거권이 있는지나 투표 결과를 선거일 이후에 발표하는지 등과 관계없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행위'에 이르러 선거법 9조와 85조 1항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선거법 9조와 85조 1항은 공무원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선관위는 "과거 선거권이 없는 학생을 대상으로 모의 대통령선거를 벌였을 때 이를 여론조사로 보고 (조사할 때) 선거법을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면서 학교에서 유권자가 아닌 학생만 골라 모의선거를 실시해도 '여론조사'로서 유권자인 학생이 대상에 섞인 모의선거와 마찬가지로 금지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선관위는 일반단체가 교육청·학교·교원을 배제하고 학생을 모집하는 등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비용을 조달해 실시하는 모의선거는 공무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닌 만큼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가상의 정당과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의선거의 경우 교원이 시행하더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아니라고 봤다.

다만 이때도 가상의 정당과 후보자에서 실제 정당과 후보자가 유추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지난 13일 징검다리와 유사하게 교사가 아닌 외부단체 강사가 모의선거를 맡는 경우나 교육청이 모의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경우 등 여러 시나리오를 마련해 선관위에 초중고 모의선거 허용 여부를 재질의한 상태다. 교육청은 아직 선관위 답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