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크루즈선서 970명 열도 상륙…하선 일본인 코로나19 첫 확인

일본 정부 "객실 격리 후 추가 감염 없다" 판단…격리 효과 의문
하선 후 추가 격리 없어 확산 우려…23명은 검사도 없이 내리게 해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가능성이 없다고 평가해 크루즈선에서 내린 일본인 여성이 감염자로 판정을 받는 일이 일어났다.일본 정부는 탑승자 약 970명을 이 여성과 마찬가지로 추가 격리 조건 없이 이달 19∼21일 크루즈선에서 내리게 했으며 이 가운데 감염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에서 19일 내린 도치기(회<又대신 万이 들어간 板>木)현 거주 60대 일본인 여성이 코로나19 양성으로 22일 판명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 등 일본 언론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이달 14일 검체를 채취해 실시한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19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갔다.일본 정부는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이며 발열 등 감염을 의심할 증상이 없는 이들을 19일부터 사흘에 걸쳐 970명가량 하선시켰다.

이달 5일부터 탑승자의 선내 이동을 제한하는 객실 격리를 시작했는데 일본 정부는 이후 배 안에서 코로나19가 추가로 확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객실 격리 14일을 채운 후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탑승자를 내리게 한 것이다.

감염자와 같은 방을 써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탑승자 89명은 이들 약 970명과 별도로 22일 하선해 사이타마(埼玉)현의 세무대학교에 수용됐다.하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이들 가운데 감염자가 확인됨에 따라 '선내 추가 감염 우려가 없으며 하선해도 안전하다'는 일본 정부의 판단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감염 사실이 22일 확인된 도치기현 거주 여성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린 후 일본 열도 각지로 귀가한 이들 가운데 양성으로 판정된 첫 사례다.

이 여성에게서 바이러스가 전염된 감염자가 나오거나 마찬가지 과정을 거쳐 하선한 다른 승객이 양성으로 판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이 여성은 19일 배에서 내린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요코하마에서 도치기현까지 이동했다.

이후 차를 몰고 마중 나온 친구가 이 여성을 도치기현 내 역에서 집까지 태워줬다.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실시한 객실 격리가 바이러스 확산을 차단하는 유효한 대응이었는지는 앞서 의문이 제기됐다.

음성 판정·무증상 조건을 충족해 20일 돌아간 호주인 일부가 귀국 직후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등 각국 전세기·전용기로 귀국한 외국인 중 25명이 양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5일 객실 격리를 시작한 후에도 선내 감염이 확산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1천명에 육박하는 이들이 별도 시설 수용 등 조치 없이 이미 열도에 상륙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이나 미국 등 각국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머물다 귀국한 이들을 2주 동안 별도의 시설에 격리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일본 정부는 일부 탑승자를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리게 할 때 바이러스 검사를 빼먹는 등 허점을 드러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5일 객실 격리를 시작한 후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고 그냥 내리게 한 이들이 23명으로 파악됐다고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이들 23명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 타고 있다가 홍콩에서 먼저 내린 후 양성으로 확인된 남성 또는 발열·호흡기 증상을 호소한 탑승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들이다.

23명은 객실 격리가 시작된 5일보다 앞서 실시한 검사에서는 음성이었으나 이후에는 검사 대상에서 누락됐다.

담당자가 객실을 돌며 검체를 채취할 때 산책 등을 나가 방에 없었으며 이후에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배에서 내렸다는 것이다.

검사 누락자는 일본인 19명, 외국인 4명이며 이 가운데 3명은 뒤늦게 실시한 검사에서 음성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20명 중 17명은 검사 일정을 잡았으나 3명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검사 누락자를 포함한 하선자를 매개로 코로나19가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일본에서 새로운 걱정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