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방역…"확진자 없었던 게 아니라 몰랐었나" [조재길의 경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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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잘 한다" 자화자찬했는데최근들어 각 대학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7만여 명에 달하는 중국 유학생 중 일부가 “한국이 위험하니 휴학하고 싶다”는 문의를 해온다는 겁니다. 중국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우한을 포함한 후베이성에 집중된 반면 한국에선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알고 보니 7일부터 감염자 속출
'한국인 입국 금지국' 나올 수도
지금과 같은 확산 속도이면 한국인들은 중국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국 유럽 등에서 ‘입국 금지’를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실화하면 경제적 타격은 물론 국가 이미지 추락이 불보듯 뻔하지요.코로나19의 무서운 점은 엄청나게 빠른 전염 속도에 있습니다. 과학 전문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보다 전파 속도가 최대 20배 정도 빠릅니다. 비말이나 접촉뿐만 아니라 공기 감염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요. 5년 전 퍼졌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2500명 정도 감염시켰지만 코로나19의 경우 작년 12월 발병 후 단 2개월만에 8만명에 달하는 ‘숙주’를 양산했습니다.
치료제도 없습니다. 입원 이후에도 기껏해야 염증 치료에 나서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환자 본인이 감염된 줄 모를 정도로 경미한 증상을 갖고 있더라도 이 시기에 대량의 바이러스를 배출하는 게 코로나19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데는 이단 종교로 알려진 신천지가 한 몫을 했습니다. 대구 61세 교인인 ‘31번 환자’가 슈퍼 전파자로 의심 받고 있지만 신천지 내 누군가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동시 감염자가 상당수이기 때문이죠.신천지의 문제는 ‘자신이 신천지 교인이란 사실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부가 신천지 내 감염자 수 백명을 대상으로 ‘누구와 접촉했는지’ 묻는 역학조사를 해봤자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정부의 방역 조치 역시 아쉬운 대목이 많습니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간과했던 게 가장 큰 문제로 꼽힙니다. 지난 18일 대구에서 31번째 환자가 발생할 때까지만 해도 검역당국은 다소 안심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확진자 수가 하루 한두 명에 그치고 있었기 때문이죠.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국내 방역관리가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에 들어섰다. 과도한 불안감을 갖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31번 환자의 발병일은 이달 7일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또 이 시기를 전후로 상당수 감염자들이 전국을 활보하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지요. “철저한 방역관리로 2월 초·중순까지 한국에 감염자 수가 적었던 게 아니라, 당국이 감염자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감염 의심자들이 검사를 거부하거나 접촉자 등 사실관계를 고의로 숨길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강제 수단을 지금껏 마련하지 못한 것도 문제입니다. 신천지 신도들은 초기 역학조사에 100% 협조하지 않아, 당국이 휴대폰 위치정보시스템(GPS)에 의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히려 정부보다 지방자치단체가 한 발 앞서 과감한 조치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정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0일 “도내 모든 신천지 교회를 즉각 폐쇄하라”고 지시했지요.
지금으로선 코로나19에 대응할 최선의 방법은 ‘격리’뿐입니다. 발병지인 중국은 이달 초 우한 등 지역을 대상으로 준(準)전시상태를 방불케 할 정도의 이동 금지 조치를 내린 뒤 효과를 보고 있지요.전문가들은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입국 검역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에서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제한 조치 등을 총 여섯 차례에 걸쳐 권고했는데도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군(軍) 출신의 분자생물학 전문가인 이남택 고려대 생명과학대학 생물방어연구소장은 “현대 열감지 기술로는 공항 항만 등에서 유입되는 무증상자, 잠복기 환자, 해열제 복용자 등을 걸러낼 방법이 없다”며 “중국발 항공 차단 및 격리자 철저 단속을 서두르지 않으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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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