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히드마틴 납품하던 성진테크윈, 3000억 '과전류 보호기 시장' 노크

과전류 유입 경로 분석해 차단
빅데이터 등 첨단장치 보호
“최첨단 전자장비와 빅데이터는 전류·전압이 조금만 높아도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이 초래됩니다. 과전류 보호기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이계광 성진테크윈 대표(사진)는 23일 “축사와 건물 화재의 원인으로도 꼽히는 과전류는 산업체에 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고 말했다. 성진테크윈은 순간적으로 유입되는 과전압·과전류(서지·surge)를 막아주는 보호장비를 생산한다.이 대표는 과전류로 인한 피해와 관련, “원격감시 카메라가 갑자기 꺼지고, 빅데이터가 사라지고,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이 폭발한다고 생각해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부품이 점차 작아지고 저전력·고성능화함에 따라 무선설비와 통신설비에서 서지 보호기 등 과전류 보호기 시장은 커지는 추세다.

성진테크윈이 개발한 스마트 서지 보호기는 이상 전류 등을 막아줄 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떤 통신선로에 과전류가 유입되는지 분석해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특징이다. 통신선 등의 결선 상태를 자가 진단하고 수명을 예측해 과전류를 사전 예방하는 기능도 있다.이 대표는 “국내 시장은 3000억원 규모로 10개 이상의 국내 업체와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외국 업체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면서도 “통신사 건설사 공공기관 이외에도 스마트공장과 스마트홈 시스템 등에서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전 죽동산업단지에 있는 성진테크윈은 원래 방위산업체다. 1990년대 경남 마산수출자유구역의 한 미국계 전자부품 회사에 다니던 이 대표가 2001년 설립했다. 무선응답전화기 등의 통신부품을 제조하던 이 회사는 2003년 한 미국 업체 관계자의 방문으로 사업 방향을 바꾼다. 미국 항공우주·방위산업 기업인 록히드마틴의 1차 하도급업체로부터 군용 부품 주문을 받은 것이다.

이 대표는 “미국 F35 스텔스 전투기에 들어가는 부품이었는데 당시엔 몰랐다”며 “군용 부품은 진입장벽이 있고 수출도 유리할 것 같아 미국 업체와 부품 공동 개발 및 납품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성진테크윈은 2005~2006년 한국형 전투기(KFP)사업에 참여해 최초의 국산 헬리콥터 조종 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금은 한국항공우주산업 등이 주거래처로 국내 육·해·공군에 60~70종의 장비·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군용 부품의 납품은 다품종 소량 주문에 의존해야 해 외형 성장과 수익성 유지에 한계가 있었다. 방위산업체는 여러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데 최소 7~8년을 버텨야 수익이 나고, 개발업체로서 분담금(개발비의 5~10%)도 내야 한다. 이 대표는 “군용 부품·장비는 외주 생산하기도 힘들고 우리 부설 연구소를 중심으로 자체 개발하기 때문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든다”며 “군용 부품을 제조하던 기술력으로 민간 품목(서지 보호기)을 내놓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대전=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