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비상' 걸린 이란…100㎞ 떨어진 여러 도시서 사망자 속출 [선한결의 중동은지금]

이란 코로나19 사망자 6명…중국 외 최다
서로 거리가 먼 대도시에서 확진자 속출
당국 "중국 외노자탓" 주장…시민들 "정부 발표 못 믿어"
이란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자가 6명으로 늘었다. 이란이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처음 발표한지 사흘만이다.

22일(현지시간)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날 이란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29명, 사망자는 6명이라고 밝혔다. 전일 대비 확진자는 11명, 사망자는 두 명 늘었다. 이란에선 불과 며칠새 곳곳에서 코로나19 확진·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서로 거리가 먼 대도시에서 각각 확진 사례가 보고됐다. 22일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들은 수도 테헤란과 종교도시 곰(쿰)에서 각각 나왔다. 테헤란과 곰은 약 145㎞ 떨어져 있다.
이날 테헤란에서 238㎞ 떨어진 아라크에서도 확진·사망자가 나왔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이란 보건당국이 이날 아라크에서 이미 사망한 환자에 대해 검사를 실시한 결과 코로나19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란 보건당국은 이 환자가 심장 질환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아라크와 곰은 약 125㎞ 거리다. 알자지라는 “이 사망자가 당국 집계 확진자 수에 포함됐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19일 처음으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나온 이래 확진·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이란 보건당국에 따르면 19일 확진자 두 명은 당국의 확진 발표 다섯시간 만에 사망했다. 20일엔 세 명, 21일엔 13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사망자는 21일 두 명, 22일 두 명 발생했다. 중동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나온 곳은 23일 오전 기준 이란이 유일하다. 현재 치사율은 20%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0.2%보다 월등히 높다.

일각에선 이란 내 미확인 코로나19 감염자가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확진자 감염 경로가 불확실해서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지금껏 이란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이란인으로 추정된다. 이란 보건당국은 최초 사망자 두 명은 해외여행 이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 당국도 이미 이란 각지에 코로나19가 퍼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 보건부의 한 관료는 “곰에서 발견된 코로나19가 사람들간 이동에 따라 여러 도시로 번졌다”며 “코로나19 감염자가 이란 내 모든 도시에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보건부 관료는 IRNA통신에 “아마 곰에서 일하는 중국인 노동자가 중국 체류 후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퍼뜨렸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알자지라는 “당국은 주장을 뒷받침할 어떤 증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이란 국민들은 코로나19 확진자 수 등 관련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다. 한 테헤란 시민은 “정부가 내놓은 통계에 이상한 점이 많다”며 “실제 얼마나 많은 이들이 감염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일부 시민들은 지난달 발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 격추 사건 당시 이란 정부의 행태를 볼 때 이란 정부를 신뢰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당시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우크라이나 민간 여객기를 미사일로 오인 격추했으나 이란 정부는 한동안 격추 사실을 부인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