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히스패닉·흑인 표심 시험대' 네바다 압승…바이든 2위 기사회생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2일(현지시간) 민주당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가늠할 수 있는 네바다주 경선에서 압승했다. 뉴햄프셔 경선 승리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면서 '샌더스 대세론'에 탄력이 붙게 됐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경선에서 4,5위에 그치며 몰락했던 중도 진영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네바다주 경선 2위에 오르며 기사회생했다.

샌더스는 개표율 23% 기준 46.2%로 1위를 기록하며 23.6%에 그친 2위 바이든을 멀찍이 따돌렸다. 이어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 13.9%,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8.9% 순이다. 공식 개표 언론 역할을 하는 AP통신은 '샌더스 승리'를 선언했다. 개표 초반이긴 하지만 샌더스가 40%대 지지율을 기록한 건 예상밖이다. 샌더스 지지율은 민주당 경선 초반 20%대에 그쳤고 네바다 경선 직전에도 30%를 간신히 넘었었다. 아이오와에서 부티지지와 사실상 무승부를 기록하고 뉴햄프셔에서 1위에 오르면서 '샌더스 대세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네바다주는 히스패닉과 흑인 유권자의 표심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ABC방송에 따르면 민주당 네바다 경선 참가자 중 히스패닉 17%, 흑인 10% 등 유색인종 비율이 34%였다. 백인은 66%였다. 백인 비중이 90%를 넘은 아이오와나 뉴햄프셔보다 인종적으로 더 다양해 미국 사회의 표심을 더 잘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샌더스는 이날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네바다에서 우리가 뭉치면서 다양한 세대와 인종의 연대를 이뤄냈다"며 "이런 연대는 단지 네바다 승리뿐만 아니라 이 나라를 휩쓸 것"이라고 밝혔다. 샌더스는 이날 네바다 경선 승리를 확신한듯 개표가 완료되기 전 텍사스로 이동했다. 텍사스는 14개주 경선이 동시에 열리는 3월3일 '슈퍼 화요일'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이다. 바이든은 극적으로 회생했다. 바이든 캠프는 네바다주 경선 직전 '2위만해도 성공'이란 분위기였다. 바이든도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우리는 살아 있고 다시 돌아오고 있다"며 부활을 선언했다. 바이든은 29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경선에서 1위를 노리고 있다.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부티지지는 네바다에서 득표율에 한계를 드러냈다. 향후 경선에도 험로가 예상된다.

워런은 지난 19일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처음 참가한 민주당 TV토론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경선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데 실패했다. 진보층 표심이 샌더스에게 쏠린 것으로 해석된다. 샌더스와 워런의 득표율을 합치면 진보 후보의 득표율이 50%를 넘었다.

공화당 네바다주 경선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가 뻔해 네바다주 공화당이 일찌감치 경선을 취소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