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가 '국민 불안 진원지' 돼선 안 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주말 이틀 새 400명 가까이 급증해 6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는 6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훼손도 본격화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한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고, 미국은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2단계로 올리는 등 주요국들이 한국을 대상으로 ‘차단벽 쌓기’에 나서고 있다. 사태 초기부터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일들이 하나둘 현실화하는 흐름이다.

이렇듯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중심을 잡아줘도 모자랄 정부가 도리어 국민 불안을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코로나19 대응 범정부대책회의’를 열고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 단계로 올려 대응체계를 강화하기는 했다. 그러나 확진자가 229명 급증해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했던 그제 외부에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데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움직인 듯한 느낌이 든다는 지적이 많다. 첫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온 지난 20일 영화 ‘기생충’ 팀과의 ‘짜파구리 오찬’에서 파안대소했던 모습과 겹쳐져 국민이 느끼는 상실감이 상당하다.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대책지원본부는 20일 공동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구 코로나19’로 지칭해 대구 시민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정부는 이틀 만에 “제목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대구 코로나19라는 명사로 오인될 수 있는 표현이 나갔다”고 해명했지만 사태 초기 중국을 의식해 ‘우한 폐렴’이라고 쓰지 말아 달라고 언론에 요구했던 점을 감안하면 ‘어느 나라 정부인가’라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인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박근혜 정부를 향해 “국가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이 지금처럼 허술했던 적은 없었다.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 발언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점을 뼈아프게 숙고해야 할 것이다.

아직 반전의 기회는 있다. 이제라도 국가 리더십과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강력한 조치들을 과감히 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응 실패로 신뢰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