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정의당의 '선거연대' 의혹 나온 고양갑 [조미현의 국회 삐뚤게 보기]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3일 경기 고양갑에 문명순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단수 공천했습니다. 이에 따라 문 위원장은 당내 경선 없이 총선에 직행합니다. 고양갑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지역구인데요. 민주당이 무명의 정치인인 문 위원장을 고양갑의 총선 후보로 내세운 것을 두고 정의당과 사실상 선거연대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옵니다.

물론 고양갑에는 문 위원장 외에 다른 후보는 도전하지 않았습니다. 추가 공모까지 했지만 경쟁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단독 공천을 신청한 문 위원장을 최종 확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입니다.하지만 민주당이 애초 심 대표와 정의당을 의식해 고양갑을 사실상 내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옵니다. 고양갑은 민주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운다면 승산이 없는 동네가 아닙니다. 지난 16대(보궐), 17대 총선에서 유시민 작가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 당선된 곳입니다.

과거를 돌이켜봐도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민주당은 19대 총선에서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선언하며 이 지역에 후보를 내지 않았습니다. 당시 통합진보당 고양갑 후보가 심 대표였습니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무명의 정치인인 박준 지역위원장을 후보로 내세워 심 대표의 당선을 도왔습니다. 박 후보는 선거에서 8.74%의 득표율을 얻으며 3위에 머물렀습니다. 그때 심 대표는 52.97% 득표율로 당선됐습니다. 2위 후보는 고양갑에서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통합당(옛 새누리당) 소속 손범규 변호사(36.8%)였습니다.

민주당으로서는 총선에서 과반을 확보하기 어려운 정치 지형 상 향후 국회에서 정의당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두 정당은 대놓고 선거연대를 선언하지는 않았습니다. 심 대표는 지난 13일 "당대당 단일화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정의당 입장에서도 선거법 개정으로 10석 가까운 비례대표 의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선거연대가 아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심 대표는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심 대표는 "다만 지난해 경남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우리 당 여영국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크게 앞서서 민주당 지지자조차 어서 단일화하라고 압박해 후보 간 단일화한 모델은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통합당에서는 30대 영입인재 백경훈 청사진 대표가 '심상정 심판론'을 내세우며 고양갑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백 대표는 지난 13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수호하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를 정면으로 심판할 것"이라며 "'노란 골리앗(심 대표)'과 싸우는 백 다윗(백 대표)의 마음으로 선거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는 세대교체와 시대교체의 선거이기도 하지만, 조국 전 장관 수호세력을 심판하는 선거"라며 "조국 사태로 국민들을 정면으로 배신한 조 전 장관보다 더 나쁜 심 대표와 싸우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의 사실상의 선거연대가 이번 총선에서도 효과를 발휘할지 주목됩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