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기 합참의장과 로버트 에이브럼스 한미연합사령관이 3월 초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시행 방식을 놓고 협의 중인 것으로 25일 확인돼 어떤 형태로 결론이 날지 관심을 끈다.박 의장과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구지역에 확산하고, 한국군에서도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이번 연합훈련 시행 방식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축소 또는 연기, 취소 중 어느 하나를 결정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에게 각각 보고하면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내달 첫 주에 위기관리 연습이, 두 번째 주부터 본연습이 각각 계획되어 있기 때문에 이르면 이번 주에도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미국 측은 연기 및 취소보다는 '축소'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에스퍼 장관은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방부 청사에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연합훈련 취소를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과 박한기 (한국) 합참의장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관한 우려로 인해 연합지휘소 훈련을 축소하는 것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연기 또는 취소가 아닌 '축소'라는 말을 한 것에 미국의 의지가 깔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이에 정 장관은 "연합연습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경우에도 조정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한미연합방위 태세가 공고히 유지되게 하고 한미동맹이 유지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에스퍼 장관의 축소 발언을 적극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발언인 셈이다.
한국군 관계자들은 훈련 취소나 연기보다는 축소된 형태로 이번 연합훈련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통상 3월 연합훈련은 지휘소연습(CPX)으로 진행됐다.
병력이나 장비의 실기동이 아닌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하는 워 게임 방식이다.
표면적으로 CPX 방식이지만, 미국 본토나 주일미군기지에서 반입된 전차 등 지상 장비와 항공기 일부는 실제로 기동했다고 군 관계자들은 전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번 연합훈련을 위해 미군 장비들이 이미 들어와 있다"면서 "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러 정황상 이번 연합훈련은 축소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2주간 훈련 일정을 1주일 이내로 단축해 시행하거나, 완전 시뮬레이션만으로 진행하는 방식의 축소된 형태로 훈련이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휘소연습이라도 일부 장비가 기동하는 훈련도 있다"면서 "그런 실기동 훈련은 하지 않고 여러 개의 소규모 그룹으로 나눠 순수한 시뮬레이션만으로 진행하는 매뉴얼로 시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연합훈련을 연기하길 희망했다"면서 "반면 미국 측은 훈련을 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현재 연합연습을 주도하는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전날부터 근무자 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국방부도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됨에 따라 전국 야외훈련을 전면 중지했다.
주한미군 또한 대구기지에서 61세의 미군 가족이 확진자로 판명되면서 장병과 시설에 대한 위험 단계를 '중간'에서 '높음'으로 격상했다.
대구에 있는 미군기지로의 출장, 방문 등의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 미군기지는 사실상 '준 폐쇄' 상태나 마찬가지다.한국군이나 주한미군 모두 연합훈련을 정상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해 보인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반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