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코로나19로 1주일 새 분위기 급변한 청와대
입력
수정
지면A33
대규모 확진 이후 웃음기 사라진 靑1주일 새 청와대 분위기가 급변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30명 이내로 관리됐던 지난주 중반까지 청와대 참모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초동 대응에 “나름 선전했다”고 자평하는 분위기였다. 유람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내 환자 급증으로 ‘세균 배양소’라는 비웃음을 샀던 이웃 일본의 초동 대응과 비교하면서 정부 대응에 대한 국민의 긍정 평가도 3분의 2에 달했다.
도시 봉쇄정책 설화는 뼈아픈 대목
김형호 정치부 차장
당시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 교훈으로 의약품 긴급사용승인제를 도입했는데 이번에 진단시약을 조기에 대규모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2017년 도입된 긴급사용승인제도는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될 경우 통상 1년이 걸리는 민간업체의 시약 승인 인증절차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시적으로 긴급 허용하는 제도다. 이 덕분에 국내 의료계의 하루 코로나19 환자 진단 규모는 전 세계 1위다.이번주 들어 청와대 참모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대구와 경북 일대 신천지교도의 대규모 집단 감염이 확인되고 확진 환자가 급증하자 “큰일이다”고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과도한 공포를 경계하며 일상 경제활동을 강조하던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도 대구·경북에서 대규모 확진 환자가 나온 직후부터는 방역 최우선으로 급선회했다. 지난 2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달라진 코로나19 양상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활발한 논의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통상적이지 않은 비상상황이다” 등 발언에서도 위중한 상황 인식이 배어났다.
한 청와대 참모는 “종교단체가 대규모 감염원이 된 경우는 최근의 감염병 연구 사례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 미처 예상을 못 했다”고 토로했다. 설령 우려스러운 면이 있었더라도 종교가 가진 특수성상 선제 조치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청와대는 이번주가 전국 확산을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초긴장 모드로 전환했다. 하루 7000명 수준인 진단 능력을 최대 1만3000명까지 확대하고 있다. 한 참모는 “진단 규모가 커지면 단기적으로는 확진 환자가 늘어날 수 있지만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선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장의 확진 환자 증가보다 감염병의 전국적 대규모 확산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은 사람은 25일까지 3만9327명에 달한다. 일본의 내국인 누적 검사자가 아직 1000명 수준인 점에 비춰볼 때 규모 면에서 압도적이다.지역감염(epidemic)이 범유행성인 ‘팬데믹(pandemic)’으로 진화하는 과정에는 네 가지 특성이 작용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높은 전염성과 높은 치사율, 치료약 부재 등 세 가지 요건에 공포감이 더해지면 범유행으로 확산한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공포감으로 인한 방역시스템 혼란을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코로나19 치사율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높은 전염성과 치료약 부재 등의 특성은 범유행성 전염병 요건을 갖췄다. 대구·경북지역 방역이 국내 코로나19 사태의 중대 분수령인 이유다. “확진자 증가세에 뚜렷한 변곡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25일 대구 대책회의 발언도 이 같은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여당에서 ‘대구 코로나’ ‘봉쇄정책’ 등의 발언으로 되레 불안감을 부추긴다는 지적은 뼈아프게 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코로나19보다 무서운 게 ‘공포 바이러스’다.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