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간판기업 법인세 '반토막'…올해 '세수 쇼크' 현실로 닥쳤다

18개 기업 올 법인세 15조2202억 급감…49.8%↓

반도체 충격…삼성전자 8.1조↓
SK하이닉스 92.7% 쪼그라들어
LG화학 56%·포스코 36% 감소

실적 부진에 '세율 인상' 역효과
지자체는 세수 줄자 초긴축 재정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다음달 납부할 법인세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할 전망이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 세수 의존도가 높은 경기 이천시, 평택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을 대폭 줄이는 등 ‘긴축 재정’에 들어갔다. 경제계에선 기업 실적 급감 탓에 세금이 예상보다 덜 걷히는 ‘법인세 쇼크’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대 기업(금융회사 제외) 중 ‘2019년 연결포괄손익계산서’를 공시한 18개사의 법인세비용 합계는 15조35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0조5719억원)보다 15조2202억원(49.8%) 급감했다. 12월 결산 상장사는 전년 실적에 기초해 매년 3월 말 내야 하는 법인세액을 추정하고, 연결포괄손익계산서 ‘법인세비용’ 항목에 기재한다. 각종 공제와 감면 등을 통해 실제 납부하는 법인세액은 기업들이 공시한 법인세비용보다 다소 줄어들 수 있다.
18개사 중 14개사의 법인세비용이 줄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간판 정보기술(IT)의 법인세가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법인세비용은 8조6933억원으로 전년(16조8151억원)보다 48.3% 감소했다. SK하이닉스는 5조8010억원에서 4263억원으로 92.7% 쪼그라들었다. D램, 낸드플래시 등 두 회사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018년에 비해 각각 53.9%, 98.5% 줄었다.

화학, 철강 대표기업들의 법인세비용도 30% 이상 감소했다. LG화학의 법인세비용은 2018년 손익계산서 기준 4207억원에서 2019년 1845억원으로 56.1% 줄었다. 포스코는 1조6707억원에서 1조706억원으로 35.9% 감소했다. 국내 대표 게임업체 엔씨소프트(-36.5%)와 조선업 간판 현대중공업지주(-40.4%),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24.5%)의 법인세비용도 전년보다 20% 이상 적어졌다.반면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차(8846억원→9781억원), 현대모비스(5867억원→9200억원), 기아자동차(3127억원→7044억원), 현대글로비스(1899억원→2249억원) 등 4개사는 법인세비용이 늘었다.

세수 감소의 불똥은 지자체로 튀고 있다. 기업이 지자체에 납부하는 법인지방소득세(기업이 법인세 과표의 1.0~2.5%를 지자체에 내는 세금)가 확 줄어드는 게 불가피해서다. 지난해 1517억~4651억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걷었던 화성시, 이천시, 수원시, 용인시, 청주시, 평택시 등은 잇따라 ‘초긴축 재정’을 선언하고 올해 예산을 깎았다.

중앙정부의 걱정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짜면서 법인세가 작년보다 18.7% 덜 걷힐 것으로 봤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법인세수가 더 적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올해 예상보다 법인세가 덜 걷히는 ‘세수 결손’ 규모가 작년(7조1000억원)보다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