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앨범 낸 첼리스트 이정란 "행간의 은유를 읽어내는 프랑스 음악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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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묵음이 많고 언어 자체가 시적이에요. 프랑스 작곡가들의 악보도 마찬가지죠. 보이는 대로 음을 내려고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행간의 은유를 읽어 소리를 내야 하죠. 프랑스에서 말을 배우고 문화를 익히니 비로소 음악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첼리스트 이정란(37)은 최근 소니뮤직에서 낸 자신의 첫 앨범 '랑데부 인 파리'에 대해 "파리에서 삶의 자취를 남기고 싶었다"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프랑스 음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0년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로스트로포비치 재단 특별상인 최고 유망연주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그는 2002년 서울대 재학 중 파리국립고등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모리스 장드롱, 피에르 푸르니에 같은 프랑스 첼리스트를 유독 좋아하고 즐겨 들었다"고 말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그곳에서 7년간 머물며 최고연주자 과정과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수석으로 활동했다. 2015년에 '단원'이 아닌 '솔로'의 삶을 택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전체가 내는 소리가 우선이죠.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갈증이 컸어요.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죠."
이번 앨범 녹음은 지난해 9월 경남 통영 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했다. 통영은 2006년 그가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1위와 함께 현대음악특별상을 받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이정란은 "국내에서 그 정도 소리를 낼 수 있는 홀이 거의 없다"며 "생각과 달리 소나타보다 소품 녹음에 시간이 더 걸렸지만 녹음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잊게 해줄 만큼 환경이 좋았다"고 말했다.이번 앨범엔 19세기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생상스, 포레, 드뷔시, 풀랑의 곡을 연대 순으로 엮었다. 생상스의 첼로 소나타와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포레의 소품곡 '나비'와 '시실리엔느',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달빛', 풀랑의 첼로 소나타와 '사랑의 오솔길'을 담았다. 이정란은 "프랑스 레퍼토리 중에서도 첼로 메인 레퍼토리 위주로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뺀 이유다. 라벨 역시 프랑스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지만 이렇다할 첼로 솔로곡이 없었다. 이정란은 "프랑스 낭만음악의 포문을 연 생상스와 그의 제자 포레의 곡에서 전쟁 전 아름다운 파리를 느낄 수 있고 드뷔시에서는 전쟁을 겪으면서 변하는 파리, 폴랑에서는 전후 다시 생기를 찾은 도시를 만나볼 수 있다"며 "모두 파리를 사랑한 작곡가들이지만 그들이 경험한 파리는 모두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다음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앨범에 수록된 주요 소나타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함께 진행하려 했던 지방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에 8월(27일 광주, 28일 대구)로 미뤘다. 이정란은 5월엔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10월엔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8월엔 예술의전당 '트리오 제이드' 공연에선 브람스 피아노 3중주 전곡을 선보인다.
이정란은 2006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으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함께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했다. 2015년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 트론하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트리오 제이드의 질기고 탄탄한 팀워크 비결을 묻자 "자주 안 봐서"란 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온다. 각자 연주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년 3~4회 국내외에서 트리오 제이드의 무대를 올리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향후 몇 년간 우리가 꼭 해야 하는, 하고 싶은 레퍼토리를 함께 정합니다. 그리고 일단 연주 일정이 잡히면 단기간 강도 높게 연습을 하는 거죠. 선택과 집중,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첼리스트 이정란(37)은 최근 소니뮤직에서 낸 자신의 첫 앨범 '랑데부 인 파리'에 대해 "파리에서 삶의 자취를 남기고 싶었다"며 "나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게 프랑스 음악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0년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에서 로스트로포비치 재단 특별상인 최고 유망연주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그는 2002년 서울대 재학 중 파리국립고등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는 "파리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모리스 장드롱, 피에르 푸르니에 같은 프랑스 첼리스트를 유독 좋아하고 즐겨 들었다"고 말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그곳에서 7년간 머물며 최고연주자 과정과 실내악 전문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와선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수석으로 활동했다. 2015년에 '단원'이 아닌 '솔로'의 삶을 택했다.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면서 학교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전체가 내는 소리가 우선이죠.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갈증이 컸어요.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결단이 필요했죠."
이번 앨범 녹음은 지난해 9월 경남 통영 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했다. 통영은 2006년 그가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1위와 함께 현대음악특별상을 받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다. 이정란은 "국내에서 그 정도 소리를 낼 수 있는 홀이 거의 없다"며 "생각과 달리 소나타보다 소품 녹음에 시간이 더 걸렸지만 녹음과 관련한 스트레스를 잊게 해줄 만큼 환경이 좋았다"고 말했다.이번 앨범엔 19세기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 생상스, 포레, 드뷔시, 풀랑의 곡을 연대 순으로 엮었다. 생상스의 첼로 소나타와 '삼손과 데릴라' 중 '그대 목소리에 내 마음 열리고', 포레의 소품곡 '나비'와 '시실리엔느', 드뷔시의 첼로 소나타와 '달빛', 풀랑의 첼로 소나타와 '사랑의 오솔길'을 담았다. 이정란은 "프랑스 레퍼토리 중에서도 첼로 메인 레퍼토리 위주로 다루고 싶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뺀 이유다. 라벨 역시 프랑스 음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지만 이렇다할 첼로 솔로곡이 없었다. 이정란은 "프랑스 낭만음악의 포문을 연 생상스와 그의 제자 포레의 곡에서 전쟁 전 아름다운 파리를 느낄 수 있고 드뷔시에서는 전쟁을 겪으면서 변하는 파리, 폴랑에서는 전후 다시 생기를 찾은 도시를 만나볼 수 있다"며 "모두 파리를 사랑한 작곡가들이지만 그들이 경험한 파리는 모두 다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목프로덕션 제공
다음달 7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앨범에 수록된 주요 소나타들을 감상할 수 있다. 함께 진행하려 했던 지방 공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에 8월(27일 광주, 28일 대구)로 미뤘다. 이정란은 5월엔 서울스프링실내악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10월엔 롯데콘서트홀에서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생상스 첼로 협주곡 1번을 협연한다. 8월엔 예술의전당 '트리오 제이드' 공연에선 브람스 피아노 3중주 전곡을 선보인다.
이정란은 2006년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악장으로 활약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 피아니스트 이효주와 함께 트리오 제이드를 결성했다. 2015년 슈베르트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1위 없는 3위, 트론하임 국제 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며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트리오 제이드의 질기고 탄탄한 팀워크 비결을 묻자 "자주 안 봐서"란 답이 웃음과 함께 돌아온다. 각자 연주 활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매년 3~4회 국내외에서 트리오 제이드의 무대를 올리고 있다. "만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향후 몇 년간 우리가 꼭 해야 하는, 하고 싶은 레퍼토리를 함께 정합니다. 그리고 일단 연주 일정이 잡히면 단기간 강도 높게 연습을 하는 거죠. 선택과 집중, 그게 비결이라면 비결일까요."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