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코로나19에 '삼성 합병 의혹' 관련자 소환도 미뤄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자제…일반 사건 피조사자 출석 거부 사례도
"당분간은 소환 조사뿐 아니라 압수수색이나 체포도 자제하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선 26일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일선 검찰청의 수사 업무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검사들은 공소시효나 구속수사 기간 만료가 임박한 사안이 아닌 이상 사건 관련자를 직접 조사하는 일을 삼가고 사무실 내에서 수사의 내실을 다지는 쪽에 방점을 두고 있다.

압수수색을 비롯한 강제수사 착수 시점을 가급적 늦추면서 수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모습도 보인다.서울의 한 검찰청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는 조사 필요성보다는 감염 확산 방지가 우선이라는 판단에 따라 긴급하지 않은 조사를 최소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조사가 한창 진행되던 중요 사건에도 코로나19 확산세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들어 삼성 전·현직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하며 속도를 올리던 '삼성 합병 의혹' 수사가 대표적 사례다.서울중앙지검은 이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직접 조사를 당분간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한 경우가 아니면 소환을 최대한 자제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조사를 받기 위해 외출하기가 꺼려진다는 참고인들도 늘었다"며 "서면조사 등 다른 수단을 먼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어떤 참고인은 서울중앙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감염자와 접촉한 것 같다"고 얘기해 검찰청 직원이 그를 보건소에 데려가 검사를 받도록 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대구·경북 지역에서도 발열이나 기침 증상이 있다며 검찰 소환에 응하지 않는 피의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조사 대상자가 피의자 신분이라고 해도 공소시효가 큰 변수가 아니라면 출석을 거부했을 때 강제수사로 대응하기보다는 당분간 조사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의 한 검찰 관계자는 "확진자가 갑자기 늘다 보니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오래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조사자가 감염 증상이 있다며 출석을 거부하면 일단 소환을 미루고 있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선 검찰청을 찾는 방문객은 확연히 줄었다.

평소 아침마다 피조사자들과 변호인으로 붐비던 서울중앙지검 1층 현관은 이날 오전 내내 한산했다.

이 검찰청의 직원들은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감염자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분주했다.

청사 입구에 설치된 열화상 카메라는 모든 출입자의 체온을 체크했고, 외부에서 들어오는 찬바람으로 체온 측정에 오차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체온계를 든 직원 4~5명이 출입자의 목이나 귀에 체온계를 대고 재차 열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체온 측정을 마친 직원들은 청사 내로 들어가기 전 소독제를 분사하는 기계를 이용해 손을 소독해 달라는 당부를 전했다.

청사를 오가는 대부분의 사람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소독 기계 옆을 지나칠 때면 어김없이 잠시 멈추어 선 채 손을 소독했다.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때문인지 사건 의뢰인에게 출석을 통보했다는 연락이 최근 들어 뜸해지는 것 같다"며 "의뢰인들과는 의견서 작성이나 상담 업무 위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