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직격탄' 대구·경북, 상반기 예정 10개단지 분양 '셧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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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시스템 이관' 한 달 쉬고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붙었다. 지방에선 모델하우스 문을 열기 어렵다고 판단한 건설회사들이 분양을 대거 연기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분양가격이 시세보다 낮아 손쉽게 팔릴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만 제한적으로 분양에 나서고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는 “직격탄을 맞은 대구에선 분양시장이 완전히 멈춰섰다”며 “청약업무 이관에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상반기 분양시장이 문을 닫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에 또 무더기 연기
4월 총선겹쳐 일정잡기 '한숨'
분양 늦어지면 금융비용 급증
중소형 시행사 존폐기로 몰려
‘지방 최다’ 대구 분양 올스톱26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는 다음달 예정됐던 10곳(4735가구)의 아파트 및 주상복합 분양 일정이 모두 중단됐다. GS건설이 중구 남산동에 공급하는 ‘청라힐스자이’만 지난 21일 사이버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들어갔다.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대구·경북에선 분양이 올스톱된 상태”라며 “지방에선 물량이 해소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4월 총선까지 있어 상반기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에 올해 예정된 분양 물량은 49개 단지, 3만7617가구에 이른다. 지방 민영분양 물량 가운데 대구가 가장 많다. 이 중 3~6월 분양이 예정된 ‘힐스테이트도원센트럴’(894가구), ‘대구파동강촌2구역재개발’(1305가구), ‘경산중산자이’(1458가구) 등 25곳, 1만6760가구 공급이 연기될 처지다.다른 지방에서도 분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대표는 “상반기로 예정했던 지방 중소도시 세 곳의 분양을 모두 연기했다”며 “실수요자의 관심이 모두 코로나19로 가 있어 흥행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서울·수도권 인기 주거지역에선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오는 4월 분양가 상한제 유예 기간 종료를 앞두고 있는 단지들은 일단 사이버 견본주택을 통해 분양할 방침이다. 흑석3구역, 수색6·7구역, 증산2촉진구역, 신반포14차 재건축 등이다. 힐스테이트 부평(1409가구), 양주 옥정신도시 제일풍경채(2474가구), 시흥장현 영무예다음(747가구), 동탄역 헤리엇(428가구), 검단신도시 우미린2차(437가구) 등 수도권 비규제지역도 다음달 분양에 나설 예정이다.
견본주택 없이 청약이 이뤄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한 분양대행사 대표는 “건설사들이 사이버 견본주택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물을 보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며 “수억원대 물건을 ‘깜깜이 매수’하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시행사·조합 이자 부담 커져
분양 일정이 연기되면서 정비사업조합 및 시행사의 이자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대부분 주택사업이 계약자로부터 중도금을 받아 금융비용을 충당하는 구조여서다. 사업이 지연되는 만큼 금융비용이 증가해 분양가 또는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대체투자팀장은 “평균 금융조달비용이 시행사업장 자본금의 20%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많다”며 “분양이 몇 개월만 늦어져도 중소형 시행사는 금융부담 때문에 사업 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금융비용이 추가 발생하면 시공사는 물론 채무보증에 나선 증권사 부담도 커지게 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채무보증은 28조1000억원,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71조8000억원 규모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주택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부동산114가 작년 말 집계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민영아파트 물량은 32만5879가구 규모다. 수도권 18만4253가구, 지방 14만1626가구다. 곽창석 대표는 “바이러스 사태가 없었던 작년에도 건설사들이 당초 계획물량의 70% 정도밖에 분양하지 못했다”며 “올해는 계획물량 대비 실제 공급물량이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연구실장은 “신규 공급이 당분간 경색되면서 시차를 두고 내년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