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영의 데이터로 본 세상] SNS 속 코로나…걱정→공포→혐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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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H1N1 신종인플루엔자, 2012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2019년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류를 위협하는 사태가 왕왕 벌어지고 있다. 항공과 다양한 교통수단으로 촘촘히 연결된 편리한 사회는 전염력이 있는 질환도 빠르게 확산시킨다.
그간 우리는 일련의 전염병 사태를 경험하며 다양한 배움을 얻었다.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바이러스성 질환과 관련된 의료 상식 등도 알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섯 번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그렇다면 국민 개개인은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국내는 ‘사람’, 해외는 ‘질병’ 중심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SNS를 분석했다. SNS는 전염병에 대한 사회 관심과 내재한 감정을 추적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다. 우리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 기업 에이아이스페라(AI Spera)와 함께 지난 1~2월 트위터를 비롯해 SNS 세 곳의 ‘코로나’ ‘우한’ 등을 언급한 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첫째, 시민들은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코로나19에 주목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는 한국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이전에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소식을 언급하며 전염 우려를 담은 글이 하루 평균 1만8000여 건 올라왔다. 공공 안내문이 설치되기 이전부터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예방 수칙 등이 SNS상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지기 전부터 시민이 주도하는 저널리즘이 정보를 공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가짜뉴스 비중·수명 모두 줄어
둘째, 코로나19와 관련해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확진자’와 ‘확진’으로 전체 글의 6%에 해당했다. 이와 함께 확진자의 지역명, 단체명, 동선, 병원명, 마스크 등이 연관돼 많이 언급됐다. 확진자의 감염 경로와 행태까지 집단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경계 단계에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 주안점인 ‘역학조사’ 및 ‘감염자 동선 추적 대응’과 맞물려서 주로 사람 중심의 토픽이 상위 키워드로 나온 것이다. 이와 상이하게 해외 SNS에서는 전염병 증상, 치료법 등 질병 자체에 대한 키워드가 많이 등장했다.셋째, 과거 전염병 사태와 비교해 가짜 뉴스의 비중과 수명이 줄었다. 2012년 메르스 사태 당시 김치가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후문, 거짓 확진자의 신상, 병원 괴담 등 다양한 가짜 뉴스가 퍼져나갔다. 이번에도 거짓 정보는 존재했지만, 몇 시간 이내에 사실 확인을 거쳐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여러 번에 걸친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시민들이 온라인상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증거다.
넷째, 전염병에 대한 감정은 걱정에서 시작해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또 일부는 혐오감으로 표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1월에는 ‘입국’ ‘무서움’ ‘조심’ ‘불안’ ‘격리’ 등이 상위 키워드로 나타났다면, 2월에는 ‘심각’ ‘공포’ ‘혼란’ ‘혐오’가 상위 키워드로 등장했다. 혐오의 대상은 ‘확진자’ ‘중국인’ ‘정치인’ ‘종교인’ 등으로 다양했다. 이뿐 아니라 혐오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정치성 글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자 불안과 두려운 감정이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뉴스에 노출될수록 ‘스트레스’마지막으로, 분석 기간 중 SNS에 게시된 전체 글에 기반한 일자별 상위 100위 키워드 중 14%가 전염병에 관련된 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아마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SNS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홀만 교수팀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2013년)에 따른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를 분석한 결과, 지속해서 뉴스에 노출될 경우 실제 테러 목격자보다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잠시 미디어를 끄고, 건강 증진을 돕는 운동을 하며 혼란을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분석에 쓰인 데이터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스토어에 공개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진은 코로나19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아마도 당분간 SNS에서는 ‘공포’와 ‘혼란’의 키워드가 이어질 것 같다. 하루빨리 ‘안도’와 ‘종료’가 상위 키워드로 등장하길 바란다.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 KAIST 전산학부 부교수 >
그간 우리는 일련의 전염병 사태를 경험하며 다양한 배움을 얻었다. 손 씻기와 기침 예절, 가짜 뉴스에 대한 경각심 그리고 바이러스성 질환과 관련된 의료 상식 등도 알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여섯 번째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다. 그렇다면 국민 개개인은 지금의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국내는 ‘사람’, 해외는 ‘질병’ 중심
필자가 연구책임자로 있는 기초과학연구원(IBS) 데이터 사이언스 그룹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SNS를 분석했다. SNS는 전염병에 대한 사회 관심과 내재한 감정을 추적할 수 있는 최적의 도구다. 우리 연구진은 데이터 분석 기업 에이아이스페라(AI Spera)와 함께 지난 1~2월 트위터를 비롯해 SNS 세 곳의 ‘코로나’ ‘우한’ 등을 언급한 글을 분석했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첫째, 시민들은 국내 확진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코로나19에 주목하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는 한국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0일 이전에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소식을 언급하며 전염 우려를 담은 글이 하루 평균 1만8000여 건 올라왔다. 공공 안내문이 설치되기 이전부터 손 씻기와 기침 예절, 예방 수칙 등이 SNS상에서 빠르게 공유됐다. 국내에 확진자가 발생하고 대대적인 보도가 이뤄지기 전부터 시민이 주도하는 저널리즘이 정보를 공유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했다는 의미다.
가짜뉴스 비중·수명 모두 줄어
둘째, 코로나19와 관련해 SNS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키워드는 ‘확진자’와 ‘확진’으로 전체 글의 6%에 해당했다. 이와 함께 확진자의 지역명, 단체명, 동선, 병원명, 마스크 등이 연관돼 많이 언급됐다. 확진자의 감염 경로와 행태까지 집단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경계 단계에서 질병관리본부의 브리핑 주안점인 ‘역학조사’ 및 ‘감염자 동선 추적 대응’과 맞물려서 주로 사람 중심의 토픽이 상위 키워드로 나온 것이다. 이와 상이하게 해외 SNS에서는 전염병 증상, 치료법 등 질병 자체에 대한 키워드가 많이 등장했다.셋째, 과거 전염병 사태와 비교해 가짜 뉴스의 비중과 수명이 줄었다. 2012년 메르스 사태 당시 김치가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후문, 거짓 확진자의 신상, 병원 괴담 등 다양한 가짜 뉴스가 퍼져나갔다. 이번에도 거짓 정보는 존재했지만, 몇 시간 이내에 사실 확인을 거쳐 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여러 번에 걸친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시민들이 온라인상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는 증거다.
넷째, 전염병에 대한 감정은 걱정에서 시작해 두려움과 공포감으로, 또 일부는 혐오감으로 표출되는 것이 확인됐다. 1월에는 ‘입국’ ‘무서움’ ‘조심’ ‘불안’ ‘격리’ 등이 상위 키워드로 나타났다면, 2월에는 ‘심각’ ‘공포’ ‘혼란’ ‘혐오’가 상위 키워드로 등장했다. 혐오의 대상은 ‘확진자’ ‘중국인’ ‘정치인’ ‘종교인’ 등으로 다양했다. 이뿐 아니라 혐오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정치성 글의 비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하자 불안과 두려운 감정이 특정 대상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뉴스에 노출될수록 ‘스트레스’마지막으로, 분석 기간 중 SNS에 게시된 전체 글에 기반한 일자별 상위 100위 키워드 중 14%가 전염병에 관련된 글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만큼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막대하다는 것이다. 아마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SNS뿐만 아니라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캠퍼스의 홀만 교수팀은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2013년)에 따른 미디어 수용자의 태도를 분석한 결과, 지속해서 뉴스에 노출될 경우 실제 테러 목격자보다 극심한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잠시 미디어를 끄고, 건강 증진을 돕는 운동을 하며 혼란을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분석에 쓰인 데이터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데이터스토어에 공개했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진은 코로나19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다. 아마도 당분간 SNS에서는 ‘공포’와 ‘혼란’의 키워드가 이어질 것 같다. 하루빨리 ‘안도’와 ‘종료’가 상위 키워드로 등장하길 바란다.
차미영 < 기초과학연구원 수리 및 계산과학 연구단 CI KAIST 전산학부 부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