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학교 휴업한다고 학생 학업까지 멈춰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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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 각급 학교 휴업하는데대한민국의 일상이 멈춰 섰다. 사상 초유의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국회도, 법원도 멈추고 사람이 모이는 각종 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교육부는 초·중·고교 개학 연기를 발표하고, 대학은 개강을 미뤘다. 비상사태라 휴업은 부득이한 조치지만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에게는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진도와 정해진 시험 일정 등이 있기 때문에 수업 결손이 길어질 경우 그에 따른 차질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정상 수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 학교가 있다.
일부 국제학교는 온라인으로 정상수업
비상시 학업결손 없게 원격수업 활성화를
이혜정 < 교육과혁신연구소 소장 >
고등학생인 K는 수도권의 한 국제학교에 다닌다. 학제가 달라 지금은 봄방학이 아니라 정상 학기 중이다. 이 학교도 국내 다른 일반 학교처럼 교육부 지침대로 문을 닫긴 했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차질 없이 정상 수업을 하고 있다. 학교에 등교만 하지 않을 뿐, K는 평소대로 아침 식사를 하고 어제 한 숙제를 챙기며 수업 준비를 한다. 학교와 똑같은 수업 시작 시간에 온라인 시스템에 로그인하면 출석 확인과 함께 수업이 시작된다.화면에는 교사뿐 아니라 다른 학생들의 얼굴도 모두 나와 서로 대화할 수 있다. 교사는 교실에서처럼 교안을 띄워놓고 강의하고 학생들은 질문과 답변을 한다. 교사가 개념 설명을 한 뒤 학생들끼리 조별 활동을 하고 다시 교사가 조언을 한다. 평소 교실에서 하던 대부분의 활동을 온라인에서 그대로 하고 있다.
체육시간에는 학생들이 집안 곳곳에서 근력 운동하는 모습을 30분 이상 분량의 동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담당교사에게 해당 콘텐츠의 링크를 제출한다. 음악시간에는 동시 접속한 여러 학생과 함께 합주 연습을 한다. 학부모들은 온라인 수업이 부실하게 운영되지 않는지, 아이가 수업에 몰입하고 있는지, 이따금 아이 방문을 열어 보며 학부모 단톡방에서 상황을 공유한다.
이런 온라인 시스템 구축에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구글 등이 제공하는 다자 간 화상회의 시스템은 무료 또는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게끔 보편화돼 있다. 이런 프로그램을 이용해 수십 명의 학생이 동시에 접속할 수 있다. 교사는 강의하는 동안 모든 학생의 표정을 확인할 수 있다. 다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오디오가 엉키기 때문에 학생들은 발언 요청 버튼을 누른 뒤 질문하거나 답변한다.K는 평소 수업 때처럼 열심히 발표하고 질문하고 토론했다. 하루 수업 일과가 끝나자 학생들은 온라인 교실에서 로그아웃하는 것으로 하교하고, 과목별로 그날 내준 조별과제를 논의하기 위해 단톡방에서 같이 숙제를 한다.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의 질과 양이 교실 수업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이 학교도 지난 설 연휴 때 중국에 다녀온 교사들을 2주간 자가 격리했다. 그래도 수업은 온라인으로 평소대로 이뤄졌기 때문에 학업에 차질이 없었다. 학교가 문을 닫아도 정상 수업이 가능한 것이다.
학원도 교육당국에서 휴원을 강력 권고했지만 대부분 국고로 운영되는 학교와 달리 학원비를 받지 않으면 운영이 어렵기 때문에 원격으로 동일한 효과의 수업을 하는 것에 사활을 건다. 이미 적지 않은 학원이 온라인으로 정상 수업을 하고 있다.우리 공교육만 한참 늦다. 교실 수업과 질적·양적으로 차이가 없는 원격 수업이 보편화돼 있는데도 우리 공교육은 전국적으로 휴업하고 학업을 멈추고 있다. EBS 자료로 각자 자습하라는 안내로는 결코 충분치 않다.
휴업이 길어지면 학습 결손은 심화된다. 비상시 경제가 흔들릴 때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이 저소득층이듯, 공교육에서 학업 결손이 생기면 온라인 사교육으로 학업 결손을 보완하지 못하는 계층이 더 큰 피해를 본다. 비상시국에 교육의 양극화가 가속화하는 것을 막으려면 공교육은 흔들림 없이 운영돼야 한다. 휴업한다고 학업까지 멈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