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하늘길' 닫힐 위기…대한항공도 매출 '반토막' 우려

'코로나19' 항공업계 직격탄

美·佛, 한국 여행경보 '상향'
대형기 대신 중형기 대체 투입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일본·중국·동남아시아 등에 이어 미주·유럽의 하늘길도 닫힐 가능성이 커졌다. 미주와 유럽 매출 비중이 50%에 달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저비용항공사(LCC)에 이어 대형항공사(FSC)들까지 실적이 크게 악화하면서 국내 항공업 생태계가 붕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프랑스, 영국 등이 잇따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 수준을 높이면서 이들 지역으로의 항공기 운항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정부는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기존 1단계에서 3단계(여행 자제 권고)로 격상했다.

영국도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온 입국자와 한국을 방문한 사람들을 2주간 자가격리(유증상자)하고 공항 내 별도 장소에서 특별 검역을 하는 등 입국 절차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4일 한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수준인 3단계(불필요한 여행 자제)로 상향 조정했다. 2단계(강화된 사전 주의)로 올린 지 이틀 만이다.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미 CDC가 한국에 3단계 여행경보를 발령한 직후인 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발해 인천에 도착한 여객 수는 1092명으로 1주일 전보다 19% 감소했다. 25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인천~로스앤젤레스 항공편에 탑승한 사실이 알려진 점도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유럽 각국이 한국과 연결된 하늘길을 닫을 조짐을 보이자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바짝 긴장하며 여객 수요 감소 대응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다음달 1~28일 인천~뉴욕·애틀랜타 노선에 기존 보잉 747-8i(368석)보다 작은 중형기인 보잉 777-300ER(277석)을 대체 투입하기로 했다. 유휴인력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2일에 이어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최대 1개월간 연차휴가 신청을 추가로 받는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국내 대형항공사들은 실적에 큰 타격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 하늘길이 닫힌 중국·일본 등은 대부분 LCC의 주력 노선이지만, 미주와 유럽 노선은 대형항공사들만 운항하고 있어서다.대형항공사 관계자는 “‘마지막 동아줄’인 미주·유럽 여객까지 끊기면 세계 어느 곳으로도 비행기를 띄우기 힘들어진다”며 “상황이 어디까지 안 좋아질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