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英 외무 회담 앞두고 사실상 퇴짜맞은 강경화 장관

코로나19 탓에 피했나…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이 2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예정됐던 한·영 외무장관 회담을 하지 못했다. 영국 외무장관이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돌연 만남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한국인에 대한 입국금지·제한 조치를 내리는 국가가 늘어나는 가운데 유럽 출장을 떠나 비판을 받았던 강 장관이 상대국 외교 수장에게 퇴짜를 맞는 수모를 당하고 돌아왔다는 지적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강 장관은 이날 런던에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 대신 맷 행콕 보건복지부 장관과 면담했다. 사전에 공식 발표된 양자 회담이 무산되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상대국엔 ‘외교적 결례’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영국 외무장관이 개인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회담을 하지 못하게 돼 미안하다고 알려왔다”고 전했다. 또 “영국 방문 목적이 크게는 코로나19 대응과 P4G 정상회의 관련 협의였다”며 “행콕 장관과의 면담에 영국 아시아담당 외무차관이 배석해 이 문제들이 충분히 논의됐다”고 덧붙였다.외교가 일각에선 라브 장관이 한·영 외무장관 회담에서 강 장관이 한국인에 대한 영국의 입국제한 조치 철회를 요청할 것을 미리 예상하고 이에 부담을 느껴 일부러 만남을 피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현재 영국은 대구와 경북 청도에서 입국한 여행객(한국인 포함)에 대해 증상 여부와 상관없이 대인 접촉을 피하고, 실내에 머물면서 보건의료서비스(NHS)에 통보를 강제하는 입국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

영국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외교부 관계자는 “강 장관이 코로나19 때문에 영국 외무장관으로부터 회담을 거부당한 건 결코 아니다. 그런 무례한 일은 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라브 장관의 불가피한 개인 사정이 무엇이었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지난 22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와 제네바 군축회의,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스톡홀름 이니셔티브 장관급 회의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7일 오후(한국시간) 귀국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