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영업 못하니…보험설계사·카드모집인들 "죽을 지경"
입력
수정
지면A6
보험·카드 43만명 영업직 비상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보험 설계사와 카드 모집인 등 금융권 영업사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가 대면 접촉을 꺼리는 탓에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무실서 문전박대 당하기 일쑤
"활동비 아끼려 출근조차 안해"
27일 보험·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보험대리점(GA) 및 각 보험사 소속 설계사와 7개 카드사의 카드 모집인 수는 43만여 명에 달한다. 이들은 고객을 직접 만나 보험계약을 맺고 카드상품을 판매한다. 최소한의 기본급에 월별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다.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이들은 대면 영업을 거의 포기했다. 한 대형 카드사의 14년차 카드 모집인 최모씨(42)는 “거점이었던 대형마트가 카드 모집 부스를 철수하라고 요청했고 오피스 빌딩 방문 영업도 입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라며 “활동비라도 아끼기 위해 이번주부터는 아예 출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스마트폰 등을 활용한 비대면 판매가 확산되고 있음에도 보험·카드업은 여전히 대면 영업 의존도가 높다. 개인별 재무 상태를 보고 적절한 상품을 찾아주는 상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영업사원들은 최근 신규 판매는 물론이고 계약 연장도 불가능해져 당장 다음달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고객과 약속을 잡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보험업계에서는 생명보험업계의 타격이 더 두드러진다. 손해보험보다 온라인 판매 채널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납입된 첫 보험료의 98%는 대면 영업을 통해 이뤄졌다. 매년 보험상품 개편을 앞두고 3월 말 벌이는 ‘절판 영업’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생명보험사들은 전화,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영업채널을 강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판매 조직 붕괴를 우려해 설계사들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고심 중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주력 상품인 장기인보험 부문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일각에선 자동차·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에는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로 차량 운행이 줄면서 자동차보험 사고신고 접수 건수는 최근 20%가량 감소했다. 병원 내 감염 우려가 높아지면서 장기 입원을 하고 보험금을 더 타내려는 시도도 줄어들 전망이다.
김대훈/임현우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