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베팅했던 채권시장 실망매물 쏟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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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금리 일제히 반등“작년 7월과는 달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로 동결한 27일, 당초 금리 인하에 베팅했던 국내 채권시장에서는 실망 매물이 대거 쏟아지면서 금리가 일제히 반등했다. 지난해 7월 한은이 통화정책 방향을 수정하면서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던 당시 채권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것과 정반대 모습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4월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추이에 따라 시장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27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59%포인트 급등한 1.194%로 마감됐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0.058%포인트 오르면서 기준금리(연 1.25%)를 다시 웃돌았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코로나19 사태가 촉발한 채권시장의 랠리가 ‘10일 천하’로 끝나는 모양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18일 기준금리에 근접한 연 1.271%까지 떨어졌고, 20일과 21일엔 각각 1.25% 선과 1.20% 선으로 기준금리 밑으로 내려갔다.그럼에도 4월 금리 인하론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한은의 이번 결정은 금리인하 시점을 단순히 2월에서 4월로 연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기대했던 0%대 기준금리 진입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예상보다 매파적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0%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 기대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다음 금리결정 금융통화위원회(4월 9일)까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역전 현상은 계속되겠지만 지난해 8월 도달한 역대 최저점(연 1.093%)을 재차 뚫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연구원은 이어 “향후 코로나19 사태 추이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