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따르다가 고열로 쓰러져…결국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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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40대, 靑 국민청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대구에서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정부의 매뉴얼을 따랐다가 폐렴 확진을 받은 환자가 나왔다. 해당 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마스크 하나도 못 사고 있다”고 정부 대응을 질타했다.
정부·보건소 대응 질타
보건소 찾았지만 "집에 있어라"
선별진료소 가니 "자가격리를"
신천지 관련 환자는 무료진단
노인들 17만원 없어 검사 포기도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엔 “대구 시민입니다. 지금 너무나 분하고 슬프고 아픕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27일 기준 4만6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글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46세 남성인 A씨는 지난 19일부터 기침과 미열 증세를 보여 21일 대구 남구보건소에 증세를 얘기했다. A씨는 보건소에서 “신천지 교도도 아니고 해외 여행도 다녀오지 않았으니 자가격리하라”는 응답을 받았다.보건소의 지시에 따라 A씨는 자택에 머물렀다. 24일 체온이 37.5도로 오르자 A씨는 다시 남구보건소에 선별진료소 방문 의사를 전달했다. 하지만 보건소는 “38도가 넘어야 선별진료소에 갈 수 있다”며 재차 자가격리를 권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틀 뒤 39도까지 체온이 오른 A씨는 대구 지역 내 선별진료소 다섯 곳에 전화했지만 모두 통화중인 탓에 보건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 없었다. 고열로 쓰러진 A씨는 119에 전화해 구급차를 타고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서 폐렴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A씨는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
A씨는 “폐렴, 당뇨와 혈압 문제가 있는 사람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더 높지 않으냐”며 남구보건소의 선별진료소 검사 거부에 대해 질타했다. A씨에 따르면 해당 보건소 직원은 “아픈 건 본인 잘못 아니냐”며 오히려 A씨를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울면서 하소연하자 해당 직원은 그때서야 “최대한 빨리 응급조치를 취할 테니 집에서 혼자 기다리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 A씨는 대구 선별진료소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그는 “신천지 신도가 아니면 선별진료소에 가서 본인 부담으로 17만5000원을 내고 검사를 받는다”며 “돈이 없는 노인들은 진료비가 없어 대부분 집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대구 주민들은 마스크 하나도 못 사고 있다”고 했다. 남구보건소 측은 “해당 남성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