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욱의 부상 투혼, 우리카드 승리의 '신의 한 수'

허리 부상에도 교체 투입돼 승리 이끌어
남자 프로배구 우리카드의 세터 노재욱(28)이 역전패 위기에서 팀을 살렸다. 노재욱은 허리 부상으로 지난 12일 한국전력전 이후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2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서도 노재욱은 백업 하승우에게 선발 세터 자리를 내주고 뒤에서 대기했다.

하승우는 그동안 노재욱의 공백을 잘 채워 우리카드의 4연승을 이끌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흔들렸다. 우리카드는 1·2세트를 따냈지만, 현대캐피탈에 흐름을 빼앗기면서 3·4세트를 내줬다.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은 4세트에서도 13-17로 밀리자 노재욱을 투입했다.

4세트 패배를 막지는 못했지만, 노재욱은 5세트에도 코트를 지켰다. 신 감독은 노재욱과 오래 호흡을 맞춘 황경민과 윤봉우를 5세트에 같이 내보내 분위기를 바꿨다.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우리카드는 5세트를 15-11로 끝내며 승리를 차지했다. 우리카드는 5연승을 달리고 선두도 유지했다.

경기 후 신 감독은 "넘어갈 수 있는 경기였는데 노재욱이 몸이 안 좋은데도 도와줘서 승리를 이끌었다.

고맙다"고 노재욱에게 공을 돌렸다.

신 감독은 "노재욱(191㎝)이 하승우(183㎝)보다 높이가 더 있어서 타점을 잡도록 했을 것"이라며 노재욱의 가치를 인정했다.

이어 "하승우도 오늘을 계기로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생각이 많으면 공 끝이 떨어지는데, 오늘 이기고 있을 때 속공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가 나왔고, 그러면서 분위기가 넘어갔다.

토스를 어떻게 할지 느낀다면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노재욱은 "오랜만에 경기에 들어왔는데, 선수들이 안 맞는 공을 잘 맞혀줬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마지막까지 해준 선수들이 정말 고맙다"고 동료들을 먼저 챙겼다.

노재욱은 아직 100%로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투혼을 발휘했다.

그는 "훈련과 병행하면서 몸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노재욱도 하승우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그는 "제가 없는 동안 이겨줘서 정말 고마웠다.

승우는 빈자리가 있든 없든 좋은 선수였다.

낮고 빠른 장점을 살리더라. 밖에서 봤을 때도 잘했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이어 "승우가 너무 잘해서 제가 보완해야 할 점도 보였다.

연습해서 보완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노재욱은 하승우에게 채찍질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승우에게 '자신 있게 해라. 지면 죽는다'라고 단도직입적으로 조언해줬다"며 웃었다.

우리카드는 창단 첫 우승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노재욱은 "우승 세터는 모든 세터가 다 하고 싶어 한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