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고시 등 줄연기…코로나에 채용시장 꽁꽁, 취준생 '속앓이'

대기업 상반기 공채도 '가물가물'

향후 시험 일정도 '깜깜'
토익 등 자격시험도 줄취소

취준생 "취업 안돼 속상한데
상반기 시험문 닫힐까 두려워"
올해 국가공무원 5급 공채 시험을 준비하던 허모씨(30)는 요즘 허탈한 마음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29일 예정이던 1차 시험이 나흘을 남겨두고 4월 이후로 미뤄져서다. 코로나 사태 때문인데 요즘 상황을 보면 언제 시험을 칠 수 있을지 알 수도 없다. 그는 “1주일 전까지만 해도 정상적으로 시행한다는 말을 믿었다”며 “시험을 언제 칠지도 모르니 어떻게 공부 계획을 짜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공무원 시험은 물론 기업 채용, 각종 자격시험이 줄줄이 미뤄지면서 취업을 준비하던 2030세대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지금까지 상반기 공채 일정을 명확히 밝힌 곳은 한 군데도 없다.
고시 날짜도, 자격증 시험도 ‘깜깜이’

인사혁신처는 지난 25일 올해 국가직 5급 공채 등의 1차 시험을 4월 이후로 연기했다. 특허청 역시 변리사 국가자격시험을 미뤘다. 이날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시험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확산세를 지켜보고 추가 연기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정확한 1차시험 날짜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에게도 필수인 영어공인인증시험 등 각종 자격 시험이 취소되고 있다. 26일 한국토익위원회는 29일자 토익(TOEIC) 정기시험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15일과 29일로 예정된 시험도 향후 상황을 보고 시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서울대 텝스관리위원회도 다음달 7일 텝스(TEPS) 시험을 취소했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박모씨(27)는 “혹시 3월 시험도 연기될까 봐 하루에도 몇 번씩 ‘토익 연기’를 검색한다”며 “채용공고가 언제 기습적으로 뜰지 모르는데 불안하다”고 말했다.“상반기는 물 건너갔다”

취업준비생 사이에선 “상반기 신입공채는 접고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에 따르면 보통 대기업 상반기 신입공채는 3월 초 시작된다. 채용 일정은 늦어도 2월에는 공개된다. 하지만 2월 말인 이날 현재 10대 그룹 계열사 중 공채 일정을 명확히 밝힌 곳은 한 곳도 없다. 삼성전자 상반기 채용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고, 현대자동차는 24일로 예정됐던 신입사원 채용 면접을 연기했다. LG는 상반기 공채를 4월 이후로 연기했고, 롯데는 우선 서류는 받되 향후 일정은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한 대기업 채용 관계자는 “공채를 진행하려면 학교를 빌려 시험을 쳐야 하는데 지금으로서는 부담스럽다”며 “기존에 있는 사람들도 재택근무나 자가격리를 검토하는 와중에 새로운 사람을 뽑는 일정을 확정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상반기에 뽑더라도 규모를 절반가량 줄이거나 하반기에 통합공채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1년 반째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이모씨(28)는 “서류를 겨우 통과해도 면접이 연기되거나 취소된다”며 “가뜩이나 취업이 잘 안 돼 속상한데 상반기에 채용 문이 아예 닫힐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