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메카 순례도 중단…이란 인근국은 국경 봉쇄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국인의 메카 성지 순례를 전격 중단했다. 중동 지역에서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중동 국가들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이란과의 국경을 신속히 봉쇄하고 나섰다.

27일 사우디 정부는 이슬람 대표 성지 순례지인 메카와 메디나를 방문하려는 외국인의 입국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외국인이 정기 성지 순례 기간이 아닌 때 사우디의 성지를 방문하려면 전용 '움라('성지 순례'를 뜻하는 아랍어) 비자'를 받아야 하는데 발급을 중단한다는 것이다.사우디에서는 아직 코로나19 확진자가 없지만 최근 인근 중동 국가에서 질병이 확산하면서 미리 조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동 지역에서는 26일 코로나19 확진자가 65명 늘어 총 216명이 됐다. 현재 사우디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8개국 중 확진자가 없는 나라는 요르단 예멘 카타르 3개뿐이다.

이란에서는 26일 기준 확진자가 139명으로 확인됐다. 중동 지역 전체 확진자의 절반 이상이 이란에서 발생했다. 이란의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세계에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다. 중동의 다른 나라 확진자들은 대부분 이란을 다녀간 뒤 발병했다. 이란에는 이슬람 종교 성지가 여럿 있어 성지 순례객과 종교 유학생이 많다.

중동 국가들은 이란과 교류를 끊고 있다. 터키와 파키스탄은 지난 23일 이란과의 국경을 폐쇄하고 교통편 운행을 중단했다.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26일 이란 내 자국민에 대해 철수 명령을 내렸다. 사우디는 자국민은 물론 거주 외국인의 이란 방문과 이란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도 불허하고 있다.한편,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크루즈선 입항을 거부하는 나라들도 여전히 많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크루즈 선사 MSC크루즈는 이날 성명을 내고 자사 크루즈선인 'MSC 메라빌리아'호가 카리브해 자메이카와 케이맨 제도의 그랜드 케이맨에서 잇따라 입항이 거부됐다고 밝혔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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