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시작하면 먼저 털고 본다…압수수색 9년 사이 3배 늘었다

지난해 하루 평균 784건의 압수수색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건수는 최근 9년새 3배 넘게 증가했다.

28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부된 압수수색 영장(일부기각 포함)은 총 28만6256건으로 전년(24만8047건)보다 4만 여건이 늘어났다. 지난 2010년 9만3987건의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것과 비교해 9년새 3.05배 증가했다. 검찰이 자택과 차량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경우 법원은 자택에 대한 집행은 거부하는 등 일부만 발부(일부기각)하기도 하는데, 법조계에선 이 같은 경우도 ‘영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와 재판 환경이 진술 중심에서 물적 증거 중심으로 바뀌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확실한 물적 증거를 확보하려면 초기단계에서 피의자의 이메일이나 스마트폰, 계좌 등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수사 성패를 좌우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피의자의 주거지나 신체 등보다 디지털 증거 확보 차원의 압수수색이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수사 편의를 위해 압수수색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서초동 법조타운의 한 변호사는 “압수수색을 당할 경우 유죄 낙인이 찍히고 인권 침해 우려도 높은 만큼 압수수색은 최소화돼야 한다”며 “검찰이 피의자 망신주기 용도로 압수수색을 활용하는 사례도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검찰이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 비밀유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는 법무법인(로펌) 압수수색까지 단행하면서 압수수색 남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 압수수색 영장 집행시 피의자 인권보호가 더 잘 이뤄지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과거 검찰이 압수수색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영장을 받은 후 일단 이것저것 가져오는 일도 있었으나, 법원이 이 같은 포괄적 영장집행은 위법이란 판단을 내놓자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피신조서)의 증거능력이 제한되게 되면서 압수수색 총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가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가질 수 없게 되는 만큼 향후 물적 증거 확보가 더욱 중요해졌다”며 “검찰은 소환조사를 통한 진술 확보보다 압수수색을 통한 증거 확보에 더 주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