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적절히 행동" 긴급성명 주목…금리인하 복선 깔았나

작년 10월 삭제한 표현 재등장…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관측
파월 성명 이후 주가 고무줄처럼 출렁이다 막판 낙폭 줄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유연한 접근을 시사하는 긴급성명을 발표,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비롯한 대응 방향이 주목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우리는 경제를 뒷받침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고(act as appropriate) 우리의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활동에 위험을 가하고 있다"면서 "연준은 상황의 진전과 경제 전망에 미치는 함의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의 이 같은 언급은 코로나19 사태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하루 1,000포인트 이상 미끄러지는 등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급락세를 보인 가운데 나온 것이다.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 나스닥 지수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지난 24일부터 급락하기 시작해 고점 대비 10% 이상의 하락을 기록하면서 조정 장세에 들어섰다.

시장이 요동치는 데 대한 연준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의 성명에서 주목되는 점은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당장은 아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양적 완화(QE) 등으로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표현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나온 연준 성명에서 삭제됐던 문구다.

당시는 연준이 7월부터 10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였다. 연준은 지난해 10월 성명에서 "적절히 행동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한 이후 같은 해 12월과 올해 1월 열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파월 의장의 이날 성명은 일단 시장을 다소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장중 한때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넘게 내리는 등 급락세를 보이던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파월 의장의 성명 내용이 전해진 후에도 낙폭이 고무줄처럼 왔다 갔다 하며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다만 장 후반에 낙폭을 줄이기 시작해 다우지수는 357.28포인트(1.39%), S&P 500지수는 24.54포인트(0.82%)의 낙폭으로 장을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89포인트(0.01%)의 반등으로 장을 마쳤다.

이미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진 상황이다.

연준이 연내 3~4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이날 연준이 오는 3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3월 0.25%포인트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87.1% 반영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전해지면서 60%대에서 급등했다.

파월 의장의 언급은 그동안 금리 인상 가능성에 분명히 거리를 뒀던 연준 인사들과의 발언과 대비된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코로나19 사태가 성장 기대를 이미 손상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연준의 현 정책은 좋은 위치에 있다"면서 동결 기조를 옹호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주 연준이 현재의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연준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8년 12월 기준금리를 0.00~0.25%로 인하했다가 2015년 12월 7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를 올린 것을 시작으로 2016년 1차례, 2017년 3차례, 2018년 4차례 등 총 9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등에 영향을 받아 지난해 7월 말 10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같은 해 9월과 10월에도 각각 0.25%포인트씩 인하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0~1.75%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