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과 미팅 안해"…코로나로 해외영업 타격받는 韓기업

현지 기업들, 한국인과의 만남 자체 꺼려
“코로나19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
현지 지사들은 확진 막기 위해 초비상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속속 생겨나는 ‘코리아포비아’
영국 런던에 있는 국내 A은행 지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급증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현지 금융사 관계자들과의 미팅은 일제히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한국 본사에서 당초 예정됐던 출장도 모두 취소됐다. 지점 직원들 간의 회의도 일절 열리지 않는다.

당초 이달 초 본사 사장 주최로 런던사무소 개소식을 열 예정이던 B생명은 코로나19 탓에 행사를 2주일 가량 앞두고 전격 취소했다. 국내 대형조선사인 C사의 런던지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해외 선주 및 중개인을 통해 발주계약을 맺거나 투자를 유치하려면 세부사항 협의를 위해 국내로 초청해야 하지만 이들이 한국 방문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C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현지에서 영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해외영업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속출하는데다 입국 후에도 2주 동안 격리 조치당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진출한 한국 현지 지사들도 현지 기업들로부터 만남을 거절당하는 등 현지 영업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중국에서 지난 1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을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응을 보였던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이런 분위기가 심각하게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가 지난달 중순부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지점 관계자는 “지난 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에선 중국만 주목했을 뿐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며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신천지교회를 중심으로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영국 BBC를 비롯한 유럽 언론들은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를 연일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유럽 언론사 홈페이지에선 한국의 코로나19 사태가 연일 메인뉴스 화면 첫 페이지에 오르기도 했다.영국 등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지사들은 우선 내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 지사들이 내부 회의 및 회식을 취소했다. 직원들에겐 개인 모임조차도 가급적 참석하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 직원들의 대부분이 사무실 한 곳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은 내부 규정에 따라 이른바 ‘셧다운’에 따른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다른 지역에 대체 사무실을 두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금융사들이 대체 사무실만 마련해 뒀을뿐 셧다운에 따른 준비는 아직까지 미비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지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 한 명만 감염되더라도 지사 전체가 폐쇄될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있다는 뜻이다.

유럽 등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뿐 아니라 한인 교민들도 혐오차별을 겪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유럽 한인 커뮤니티에선 현지인들로부터 버스나 지하철 혹은 길거리에서 혐오차별을 당했다는 사례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런던에 있는 일부 식당들은 지난달부터 한국인 단체 관광객 예약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 런던으로 관광이나 출장을 온 한국인들의 입장을 거부하는 한인 식당들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자녀를 둔 한인 교민사회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선 자녀에게 마스크를 일부러 쓰지 않는 한인 교민들이 적지 않다. 마스크를 썼다가 학교에서 현지 아이들에게 대놓고 따돌림을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 교민은 “아직까지 마스크를 쓰는 행위가 낯선 유럽에선 마스크를 쓰면 코로나19 보균자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현지인들을 의식해 일부러 외출시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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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