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임금 큰 폭으로 깎인 日 중장년 직장인들 [김동욱의 일본경제 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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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01.21911846.1.jpg)
고용의 질을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가 임금 수준입니다. 전체적으로 일본 근로자의 실질소득 증가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이와 관련, 일본 중장년층 고용자들의 임금이 뒷걸음질 쳤다는 지적이 제기돼 눈길을 끕니다. 일본 특유의 연공서열제 영향으로 임금 수준이 높은 40~50대 직원들이 기업의 총인건비 억제의 주요 대상이 되면서 이들의 소득이 줄었다는 분석입니다.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의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에서 대졸 신규 졸업자로 한 기업에 계속 근무하고 있는 남성 직원의 2000년과 2018년 임금을 비교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55세 직원의 급여 중앙치를 살펴보면 2000년에는 62만2500엔(약 693만원)이었지만 2018년에는 53만6400엔(약 597만원)으로 14%나 하락했습니다. 급여 기준 상위 10%번째에 해당하는 임금은 2000년 84만7300엔(약 944만원)에서 2018년 82만3000엔(약 916만원)으로 3%가량 줄었습니다. 임금이 하위 10%째인 근로자 임금은 2000년 45만2600엔(약 504만원)에서 2018년 35만600엔(약 390만원)으로 23%나 급락했습니다.
![40대 이상에서 임금 하락률이 큰 일본 기업 /니혼게이자이신문 홈페이지 캡쳐](https://img.hankyung.com/photo/202003/01.21911842.1.jpg)
30세 근로자의 경우는 임금 중앙값이 2000년부터 2018년간 1%가량 감소했지만 40~50대에 비해선 감소폭이 미미했다는 설명입니다.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기업들은 실적 악화로 채용을 줄였습니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 영향까지 겹치면서 결과적으로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평균연령은 빠르게 높아졌습니다. 일본 기업의 고령화가 20여 년간 빠르게 진행된 것입니다. 일본 기업의 대졸 근로자 중 4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39%에서 2018년 49%로 10%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이처럼 일본 기업 근로자의 평균 연령은 높아졌지만 연공서열제가 뿌리 깊은 일본에서의 인건비 증가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 재무성의 법인기업 통계조사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은 2000년부터 2018년까지 매출이 7%증가했지만 인건비 증가율은 3%에 그쳤습니다. ‘잃어버린 20년’기간 등에 인건비를 억제하며 기업이 생존을 모색했고,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중장년층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왔다는 설명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나이가 많은 직원이 늘면서 ‘관리직’ ‘보직’을 맡을 수 없는 중장년층도 증가했습니다. 2000년에는 대졸 50대 남성의 55%가 과장 이상으로 승진했지만 2018년에는 그 비율이 44%에 그쳤습니다. 인적 구조조정이 많지 않은 일본 기업에서도 오래 버틴다고 승진이 보장되는 시기는 이미 예전에 사라진 것입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