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3·1운동 저력으로 코로나 위기 극복…경제 활기 되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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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기념식…코로나 확산에 4부 요인 등 50여명만 참석문재인 대통령은 1일 ‘제101주년 3·1절 기념식’에서 3·1독립운동에 담긴 국난 극복의 저력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수많은 국난을 헤쳐온 단결의 힘으로 극복해나가자는 의미가 기념사를 관통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이날 행사는 외빈 초대를 최소화한 가운데 단출하게 진행됐다.
대구·경북에 격려 메시지
"함께하면 무엇이든 이길 수 있다"
“강한 저력으로 위기 극복하자”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필운동 배화여고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함께하면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3·1독립운동으로 되새긴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잠시 우리의 삶을 위협할 수 있지만 우리의 단합과 희망을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3·1운동에서부터 6·25 전쟁, 외환위기, 일본의 수출 규제까지 열거하며 국민의 힘으로 위기를 돌파해온 역사를 반추했다. 문 대통령은 “억압을 뚫고 희망으로 부활한 3·1독립운동 정신이 지난 100년 우리에게 새로운 시대를 여는 힘이 됐듯 우리는 반드시 코로나19를 이기고 경제를 더욱 활기차게 되살려낼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서로 마스크를 건넨 대구·광주와 전주 한옥마을, 서울 모래내시장의 ‘착한 임대료 운동’을 언급한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 지역에 이어지고 있는 응원과 온정의 손길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저력”이라고 평가했다. 대구에는 250여 명의 공중보건의와 의료인 자원봉사자, 기업들의 성금과 구호품이 이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대구·경북은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라며 “반드시 바이러스의 기세를 꺾는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엔 “미래 향한 협력” 강조
3·1절 기념사의 핵심 부분을 차지하던 대북·대일 메시지는 크게 줄어든 대신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확산으로 초국경적인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이웃”이라며 “함께 위기를 이겨내고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고 제안했다. 또 안중근 의사를 거론하며 “일본의 침략에 무력으로 맞섰지만 적대가 아니라 동양 평화를 이루자는 게 본뜻임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를 잊지 않되, 과거에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일본 또한 그런 자세를 가져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본 언론은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목표로 하겠다는 생각을 강조한 것”이라며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 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확인함에 따라 연설의 수위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문 대통령은 북한에 대해서는 “보건 분야의 공동 협력을 바란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코로나19 사태가 크게 확산하자 당초 준비해온 원고를 전면 재고하고 코로나19 극복 중심의 메시지로 재편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여파…행사 규모 최소화
문 대통령은 “온 국민이 기뻐할 소식을 전하고자 한다”며 1920년 봉오동·청산리 전투의 승리를 이끈 독립군 대장 홍범도 장군의 국내 유해 송환 소식을 전했다. 1908년 의병활동을 위해 만주로 건너간 지 112년 만의 귀국이다. 1943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에 안치된 홍 장군의 유해 송환은 지난해 6월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때 문 대통령이 요청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달 말께 국내로 모셔와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사실상 코로나19 위기 극복 행사가 된 이날 기념식은 4부 요인, 여야 대표, 국무위원 등 50여 명만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 코로나19 관련 국무위원들은 불참했다. 기념공연을 일절 생략하고 소설가 조정래 씨 등 7명이 한국어를 비롯해 4개 국어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 배화여고는 3·1독립운동 이듬해인 1920년 당시 배화학당 학생들이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만세운동을 재현한 곳이라는 역사적 의미가 있어 이날 행사장으로 선정됐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