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불황을 막아라'…美, 금리 인하·조기 감세 추진

제롬 파월 Fed 의장 /EPA
미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공포 속에 뉴욕 증시의 폭락세가 거듭되자 제롬 파월 Fed 의장이 금리 인하를 강력히 시사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조기 감세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나 미 행정부의 감세가 이뤄진다해도,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한 경제·금융시장 냉각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28일 오후 긴급성명을 통해 "미 경제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강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는 경제활동에 위험을 가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경제를 지지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고 보유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6월 FOMC 성명서에 '적절하게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넣은 뒤 7~10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내렸다. 이 표현은 10월 성명에서 삭제됐고, 이후 금리는 동결되어왔다.
파월 의장의 성명은 이날 뉴욕 증시가 일주일새 세번째로 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이상 추락하는 등 폭락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나왔다. 성명이 발표된 뒤 다우지수는 낙폭을 줄여 357.28포인트(1.39%) 내린 채 마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9일부터 7거래일간 뉴욕 증시에서 3조6000억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고 보도했다.시장의 관심은 Fed가 금리를 '언제', '얼마나' 내릴 것이냐에 쏠리고 있다. 이날 뉴욕 채권시장에서 기준금리를 반영하는 2년물 미 국채 금리는 연 0.9%까지 하락했다. 현재 기준금리(1.5~1.75%)보다 60~85bp(1bp=0.01%포인트) 낮다. 골드만삭스는 Fed가 오는 3월부터 6월까지 세 번 연속 금리를 내려 총 75bp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가 일부에선 3월 50bp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연방기금금리선물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3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로 보고 있다. 인하폭으로는 94.9%가 50bp 인하에 걸고 있다.

일각에선 Fed가 3월17~18일 FOMC 이전에 선제적 부양책을 내놓아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는 이날 CNBC에 출연해 "Fed가 당장 이번 일요일(3월1일)에 성명을 발표해 시장을 안정시키길 권고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 양적완화 등이 취해지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코로나19이 수그러들지 않는다면, 시장 불안이 쉽게 진정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뉴욕타임스는 "금리 인하는 집에 머물거나 격리된 금로자들을 생산라인에 배치해 일을 재개하게 하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통화정책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은 최근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0%포인트 인하하는 등 여러차례 완화정책을 취했지만, 중국통계국이 내놓은 2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9.6으로 전월 54.1에서 폭락해 사상 최저로 떨어졌다.

케빈 해싯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은 28일 CNN인터뷰에서 "코로나 발생이 빠르게 억제되지 않으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여전히 긍정적이겠지만 불황이 시작된다면 2분기에 시작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 등 행정부 차원의 부양책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CNN 등은 백악관이 경제 악영향을 줄이기 위해 감세, 중국 수입품에 대한 일시 관세 완화, 의료장비 생산증대를 위한 법 제정 등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은 '감세 2.0'과 관련, 법인세율을 21%에서 20%로 추가로 낮추고 2026년까지 10년간 감면했던 개인 소득세율은 영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9일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Fed의 금리는 높다"며 "미국은 가장 낮은 기준금리를 가져야 한다"고 Fed의 금리 인하를 또 다시 촉구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