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혁 이뮤노바이옴 대표 "사람 몸 속 유익균 활용…세계가 놀랄 혁신 신약 내놓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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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와이즈만硏·하버드서“우리 몸속 유익균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혁신 신약을 개발해 세계 제약 시장을 선도하겠습니다.”
면역력 길러주는 균 집중 연구
작년 포스텍 내에 연구실 창업
이스라엘 창업 열기·산학연 협업
체험하며 기초과학 산업화 꿈꿔
임신혁 이뮤노바이옴 대표(56)가 밝힌 포부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에 둥지를 튼 이뮤노바이옴은 지난해 6월 설립된 새내기 벤처다. 그런데도 산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다른 마이크로바이옴 기업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에서다. 이뮤노바이옴이 2세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으로 꼽히는 이유다. 포스텍 생명과학과&융합생명공학부 교수인 임 대표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앞으로도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제대로 대접받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면역학에 꽂히다
광주고를 나온 임 대표는 고려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한 뒤 종근당 중앙연구소에서 근무했다. 그러다 유학을 가기로 작심했다. 6년 넘게 약을 개발해온 그는 앞날이 창창한 연구원이었다. 그가 유학을 떠나겠다며 사표를 내자 “유학 다녀와서 꼭 다시 입사해달라”고 했을 정도다.
그런 그가 유학을 작정한 이유는 면역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약을 개발하려면 면역학 지식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당시 국내에선 면역학을 전공한 교수도 찾기 어려웠어요. 번역서로 공부하는 게 전부였죠.”그는 1996년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로 유학을 떠났다. 연구 중심으로 구성된 박사과정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는 4년6개월의 유학생활 동안 이스라엘의 창업 열기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는 “이스라엘이 기초과학을 산업화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그때부터 기초과학을 열심히 연구한 뒤 직접 산업화하겠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했다.
○아시아 유일 듀폰 과학자문위원
하버드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낸 임 대표는 2004년 고향 광주에 있는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로 부임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이즈음이다. 미생물로 장을 다스리고 이를 통해 잘못된 면역반응을 재설계하는 연구를 하고 싶어 유학을 결정했던 그는 면역력을 길러주는 균을 찾는 연구에 매진했다.
임 대표는 10여 년 전 면역 치료제와 건강기능식품 개발에 적합한 균을 찾아냈다. 학자였던 그는 남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국내외 대다수 마이크로바이옴 기업은 특정 균을 찾으면 곧바로 프로바이오틱스나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다. 하지만 임 대표는 균의 작용기전을 밝히는 연구를 시작했다. 유익균의 어떤 물질이 어떤 경로를 통해 효능을 내는지를 밝히는 작업이었다. 당시만 해도 미생물의 면역학적 특성을 규명하는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약은 원칙적으로 효능을 내는 물질을 밝히는 게 기본입니다. 제약사 연구원을 지내며 쌓은 실무 경험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죠.”
임 대표는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과학자다. 독보적인 연구성과 때문이다. 2015년부터 국제유산균학술대회(IPC) 회장을 맡아 프로바이오틱스와 마이크로바이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세계적인 바이오기업 듀폰의 프로바이오틱스·마이크로바이옴 분야 과학자문위원이기도 하다. 6명의 자문위원 가운데 아시아인은 임 대표가 유일하다. 2017년에 이어 2019년 두 차례 선정됐다.임 대표는 “2박3일에 걸쳐 듀폰 임직원으로부터 사업 전반의 발표를 듣고 자문에 응한다”며 “최신 바이오산업 트렌드와 신기술을 접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회사가 제품을 어떻게 개발해가는지 배우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했다.
○장 미생물 분석·평가 기술 확보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의 몸속에 있는 미생물의 유전정보 전체를 일컫는다. 장내 미생물이 생체대사 조절과 소화력, 각종 질병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암제는 물론 비만 당뇨 신경계질환 면역질환 등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치료제 후보물질은 70여 개에 이른다.
이뮤노바이옴의 차별점은 접근 방법이다. 기존 국내외 업체들은 특정 균을 발견하면 이 균으로 치료제 또는 건강기능식품을 만든다. 반면 이뮤노바이옴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효능을 내는 균을 찾아낸 뒤 균 속 물질과 구조를 분석한다는 점에서다. 대다수 기업이 마이크로바이옴의 작용기전을 명확히 밝혀내지 못한 것과 차별화된다.
임 대표는 2018년 말 학계의 주목을 끈 연구논문을 공개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 12월호에 실린 이 논문을 통해 모유 수유를 받은 유아의 대변에서 추출한 균총의 특정 물질이 염증성 장질환 알레르기에 효능을 내는 과정을 밝혀냈다. 비피더스균이 막연히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된다는 기존 연구 결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물질의 기전을 밝힌 최초의 연구성과였다. 이 논문은 1년 새 33회 인용됐을 만큼 주목받았다.
균 유래 활성물질과 작용기전을 규명할 수 있는 실력파는 세계적으로 손에 꼽힌다. 미국 하버드대, 캘리포니아공대 등 소수의 대학과 연구기관뿐이다. 국내에는 이뮤노바이옴이 거의 유일하다.
균 속 활성물질이나 화학적 구조 분석이 중요한 이유는 균의 특성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거나 주변 상황이 바뀌면 균 자체에 변화가 많이 일어난다. 변이를 일으키기도 하고 스스로 특정한 유전자를 도태시켜 효능이 사라지기도 한다. 부작용을 발생시키기도 한다. 임 대표는 “균 속 활성물질이나 특정 화학구조를 지닌 다당체를 기반으로 효능을 검증하지 않으면 균의 속성 때문에 일관된 결과를 얻기 어렵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의 특정 물질 및 구조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치료제 개발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3년 뒤 본격 임상”
이뮤노바이옴은 균에서 추출한 특정 물질을 선별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 항암제로 개발할지, 항염증제로 개발할지를 구분하는 기술이다. 특정 미생물이 항암 또는 항염증 작용하도록 면역체계를 조정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항염증 치료제 3종, 항암제 1종의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항염증 치료제는 치료약이 없는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신염 치료제, 뇌에 염증이 생겨 발병하는 다발성 경화증 및 신경성 자폐 치료제 등이다. 항암제는 피부암을 적응증으로 우선 개발 중이다. 대장암 방광암 신장암 치료제로도 개발할 계획이다. 임 대표는 “최근 3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항염증 치료제 개발에 집중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뮤노바이옴은 올해 하반기부터 인간 마이크로바이옴을 지닌 인간 아바타 실험동물을 통해 보유 중인 4개 물질의 효능 평가 작업을 할 계획이다. 내년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2022년 항염증과 항암 파이프라인의 국내외 임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국적 제약사, 해외 연구진 등과의 공동 개발도 추진 중이다. 임 대표는 “네덜란드대 염증성장질환센터, 얀센 등과 공동 개발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일부 다국적 기업과는 유럽 등 해외 공동 임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뮤노바이옴의 또 다른 경쟁력은 인간화 마이크로바이옴 모델이다. 동물실험을 인체와 가장 근접한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무균 생쥐에 사람 몸속 균을 주입해 인체와 비슷하게 만든다. 임 대표가 2014년 GIST에서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도 이와 관련이 깊다. 포스텍에 무균 생쥐 설비가 갖춰져 있어 연구환경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임 대표는 “사람과 동물에 사는 세균이 서로 달라 사람의 마이크로바이옴으로 동물 임상을 하면 효능을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며 “인간 아바타 생쥐를 보유한 연구기관 및 기업은 미국 유럽 일본 등 10여 곳에 불과하다”고 했다.
○“2025년께 상장 계획”
이뮤노바이옴은 올 하반기 150억원가량의 투자를 받을 계획이다. 임 대표는 “지금까지는 균 분석 기술을 쌓는 데 집중했는데 올해부터는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내년 동시다발적인 전임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상장은 2025년께로 잡고 있다. 그는 “3~4개 파이프라인의 임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상장하려고 한다”고 했다.임 대표의 목표는 2025년까지 글로벌 20대 마이크로바이옴 기업 반열에 오르는 것이다. 그는 “평생 꿈이 그동안 쌓은 기초과학 연구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라며 “이윤 추구가 기본이지만 생명을 구하는 선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