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입국제한 연일 확대…"가족도 못보겠다" 유학생들 초조

한국발 입국자 금지 국가 벌써 37곳…하버드대, 학생 등에 한국여행 금지 이메일
일본 오사카 예술대학에서 유학 중인 홍모(27)씨는 4월 개강에 앞서 한 달간 경북 문경에 있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예정이었으나 최근 그 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했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 정부가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에 체류한 이들에 대해 입국 거부를 결정하자 경북 내 다른 지역으로까지 조치가 확대될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홍씨는 "귀국해 있는 동안 일본 측에서 입국 제한조치를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하면 불가피하게 휴학해야 할 수도 있다"며 "우려가 커서 이번 방학에는 일본에 머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 내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현실화하면서 공식적으로 한국발 입국자를 제한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방학 때 가족·친구를 만나려 귀국 일정을 세웠던 해외 유학생들의 시름도 커진다.

2일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기준으로 한국발 입국자에 대해 전면적·부분적 입국 금지를 결정한 국가는 홍콩·몽골·일본·싱가포르 등 37곳이다.

이밖에 중국 일부 성(省)을 비롯한 44곳은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검역절차 강화나 격리 등 입국강화 조처를 하고 있다.
영국 런던정경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홍석(23)씨도 4월 부활절 방학 때 한국으로 돌아가는 계획을 접을 생각이다.

현재 영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한국(대구·청도)과 중국(후베이성), 이탈리아 북부 지역, 이란에서 입국한 외국인에게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자가격리하고 국민보건서비스(NHS)에 통보토록 요청하고 있다.

이씨는 "혹시 한국에 갔다가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됐다"며 "주변의 다른 유학생들도 다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전했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평생 한 번뿐인 대학 입학식·졸업식 등 행사를 혼자 치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오는 5월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김모(27)씨는 "졸업식을 맞아 부모님과 할머니가 생전 처음 미국을 방문하기로 했는데, 그전까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전화로 '오시지 말라'고 말했다"며 "졸업식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정말 아쉽다"고 했다.

김씨는 "입국 절차도 문제지만, 미국은 한국에 비해 감염 검사도 적극적이지 않고 의료비도 비싸서 혹시 가족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길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움직임과 무관하게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한국 여행을 금지하는 사례도 있다.

미국 하버드대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과 중국 본토로의 여행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메일을 2월 28일 학생과 교직원에게 발송했다.

하버드대 재학 중인 김경재(25)씨는 "아직 미국 내에서는 코로나19에 크게 경각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아니라서 4월 말에 한국에 다녀오려 했다"며 "공지가 내려온 만큼 귀국 비행기를 취소할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하버드대에서 정치학 석사과정을 밟는 박모(28)씨는 "한국 유학생들은 보통 여러 학교에 동시 합격한 후 3∼4월 개최되는 입학 관련 행사에서 분위기를 경험해보고 등록할 학교를 정하곤 한다"며 "코로나19로 한국발 입국자가 제한받으면 신입생들의 학교 선택에도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