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아침] 조반니 볼디니 '여인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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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이탈리아 출신 화가 조반니 볼디니(1842~1931)는 생의 마지막까지 60년을 파리에서 살며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로 이름을 날렸다. 특히 19세기 말부터 1차 세계대전 직전까지 평화와 번영을 누리며 예술과 문화가 번창했던 ‘벨 에포크(belle poque)’ 시대의 최상류층과 교류하며 사교계 여성들을 모델로 삼았고, 커다란 명성과 부를 이뤘다. 인상주의 화풍의 영향을 받았던 그는 역동적인 몸의 움직임을 순간 포착하는 붓질과 화려한 색채로 인기를 끌었다.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미술관에 소장된 그의 1912년작 ‘여인의 초상’은 뉴욕의 저명한 자선가였던 조지 블루멘탈의 부인 플로렌스를 그린 작품이다. 풍성한 검은 머리카락과 날씬한 몸매를 감싼 우아한 검은 드레스가 하얀 피부와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왼쪽 팔은 약간 뒤로 뻗고 머리를 오른쪽으로 기울여 옆구리 쪽으로 돌아선 자세는 마치 걷기 시작하는 순간에 멈칫 하며 타인을 돌아보는 듯하다. 빠르고 유연한 붓놀림으로 포착한 동적인 포즈와 흘러내린 드레스 자락, 뒤쪽의 접힌 천 뭉치는 그가 왜 ‘휙 그려내는 대가(Master of Swish)’라고 불렸는지 잘 보여준다.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