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은 이제 '배터리의 도시'

다시 뛰는 울산·경주·포항

영일만·블루밸리산단·지곡밸리 '트라이앵글 특구' 개발
포항시가 지난해 포항시청에서 배터리산업 선도도시 포항 건설을 위한 비전 선포식을 열었다. 포항시 제공
경북 포항시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지역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포항 배터리 특구 조성에 나서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강소연구개발특구’ ‘차세대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잇따라 선정되면서 철강산업을 넘어 미래혁신경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배터리산업은 차세대 블루오션으로 주목받는다. 2017년 120만 대 규모였던 세계 전기차 시장 규모는 지난해 200만 대를 넘어섰다. 5년 뒤에는 전체 시장 규모가 5배가 넘는 1100만 대에 이르고, 전기차 누적 판매대수는 3800만 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시장의 이 같은 가파른 성장세에 비춰볼 때 배터리산업은 제2의 반도체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50년 약 6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포항시가 조성 중인 배터리 리사이클링 규제자유특구에 벌써부터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배터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영일만산업단지와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 일원은 2차전지업계의 선두주자인 에코프로가 생산라인의 대규모 확장을 위해 1조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포스코케미칼도 2500억원을 투자해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설립한다. 올해 초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GS건설이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는 협약식을 했다. 20개 협력업체가 경쟁적으로 차세대 배터리 투자에 나설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포항시가 차세대 배터리산업의 선도 도시로 거듭 도약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갈 것”을 약속했다.
첨단과학 인프라와 인력이 모여 있는 포항지곡밸리.
정부와 기업들이 배터리 특구에 주목하는 이유는 최적의 입지조건에서 출발한다. 특구 인근에는 국제 규격의 컨테이너 항만인 영일만항과 충분한 공간의 배후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여기에다 포스텍과 한동대 등 배터리 관련 분야의 전문현장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기관과 방사광가속기연구소,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2차전지소재연구센터, 나노융합기술원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포항시는 올해 방사광가속기 기반의 ‘차세대 배터리 파크’ 조성을 위한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앞두고 있어 포항지역의 2차전지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포항시는 경상북도와 함께 2차전지 미래제조혁신 허브전략을 구체화해 관련 전후방산업을 육성하고, 울산의 완제품 생산단지와 연계해 국가 2차전지 산업벨트를 조성하겠다는 전략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 리사이클 시장의 경우 전기차 보급과 배터리 교체주기를 고려할 때 2024년 연간 1만 대, 2031년 연간 10만 대, 2040년 연간 69만 대 등 약 576만 대의 폐배터리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배터리에서 양극재가 차지하는 원가 비중이 전체의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항시가 주도하는 배터리 리사이클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포항시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경상북도 등과 협력해 국내 최초로 사용 후 배터리의 종합관리와 재활용 사업을 핵심으로 산업화를 위한 세부지침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2차전지의 ‘소재(양극재·음극재)→배터리→리사이클’로 이어지는 배터리산업 생태계를 구축, 세계적인 배터리 산업 선도도시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포항시는 신소재연구소 설립, 2차전지용 핵심소재 고성능화 지원, 2차전지 안전테스트 기반 구축 등을 내용으로 하는 가속기 기반 ‘차세대 배터리 파크’ 조성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민·관·학·연의 탄탄한 협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배터리 혁신 산업인력을 양성하고 배터리 산업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 향후 4년간 3000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