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페라 노조 간부, 도밍고 성추문 은폐의혹 주장하며 사임

새뮤얼 슐츠 부회장, 노조 집행부-도밍고 이면거래 의혹 폭로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의 성(性) 추문 의혹을 조사해온 미국 오페라 노조(AGMA)의 고위 간부가 도밍고와 집행부의 '이면 거래 시도'를 주장하며 사임서를 제출했다고 AP통신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새뮤얼 슐츠 미국 오페라 노조 부회장은 노조 집행부가 도밍고에게 50만 달러(약 6억원)를 받고 그가 공개적인 사과를 하는 대신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밝히지 않는 조건에 합의하려 했다고 폭로했다.

도밍고가 지불하려 했던 50만 달러는 노조가 지난 4개월 동안 외부 변호사를 고용하고 성희롱 예방 교육을 진행하는 등 도밍고의 성추문 의혹을 조사하는 데 들어간 비용을 충당할 금액이다.

슐츠 부회장은 이날 레이먼드 머나드 회장과 렌 에제르트 전무에게 보낸 사임서에서 이 돈을 "침묵의 대가"라 부르며 "노조가 조사보고서 세부사항을 은폐하면서 도밍고에게 성희롱당한 여성들을 배신하려 했다"고 비난했다. 이에 에제르트 전무는 "익명을 요구한 이들의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조사 세부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어떤 은폐 의혹도 없었다고 슐츠 부회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슐츠 부회장이 기밀 유지 규정을 위반한 만큼 이제는 증인들이 도밍고의 징계위원회에서 증언에 나설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슐츠 부회장은 오페라 노조가 도밍고 성추문 의혹 조사 결과를 외부에 누설한 인물에 대한 색출 작업에 나서면서 사임했다고 AP는 설명했다. 오페라 노조는 지난달 24일 도밍고의 성추문 의혹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도밍고가 "직장 안팎에서 성희롱부터 성적 접근까지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며 그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18개월간 자격을 정지하며, 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오페라 노조가 공개하지는 않았으나, AP는 도밍고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워싱턴 국립오페라단과 로스앤젤레스(LA) 오페라단에서 고위직으로 활동하는 동안 27명이 그에게 성희롱을 당하거나 그의 부적절한 행동을 목격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도밍고는 조사결과 발표 당일 피해 여성들을 향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으나 이틀 뒤 돌연 "그 누구에게도 공격적으로 행동한 적이 없으며 그 누구의 커리어를 방해하는 그 어떤 일도 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AMGA는 지난달 28일 도밍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절차에 착수했다.

징계위원회는 벌금, 견책, 정직, 제명 등을 놓고 논의할 예정이지만, 결론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