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마저 쓸쓸한'…코로나19 사망자 장례도 못 치르는 슬픔

'선 화장 후 장례'라지만 사실상 빈소는 못 차려
명복공원서 정기운영 끝난 오후 5∼8시 화장
하루가 멀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사망 비보가 이어지고 있다.최근 사흘 새에만 12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경북에 주소를 둔 1명을 뺀 11명이 대구 사람이다.

보건복지부는 사망자의 존엄과 예우를 유지하며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는 장례지원을 한다고 밝혔지만, 유족은 장례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채 슬픔에 빠진 게 현실이다.◇ 정기 화장 끝난 오후 5시부터…
정기 화장시간이 종료된 오후 5시부터 대구의 유일한 화장장 명복공원에서 코로나19 사망자의 화장이 시작된다.

이곳에선 대구 첫 사망자가 화장된 지난달 24일부터 매일 코로나19 사망 시신을 화장하고 있다.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한 운구 전담반이 망인을 이중 밀봉한 뒤 입관, 운구차로 시신을 이곳으로 옮긴다.개인 보호장비는 KF94나 N95 이상의 마스크, 가운, 장갑, 눈 보호구, 안면 보호구, 장화 등이다.

이송된 망인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선 화장, 후 장례' 원칙에 따라 화장된다.

소요되는 화장 시간은 90여분.
개인 보호구를 착용한 최소한의 유족이 화장 과정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지침상 다른 유족은 유족대기실에서 대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기실에도 머무르지 못하게 한다고 유족들은 입을 모았다.

이마저도 밀접접촉자거나 양성 판정을 받은 유가족은 함께할 수 없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정기 화장시간인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를 피해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화장이 실시되고 있다.

하루 평균 45구를 화장하는 명복공원에는 매일 1천여명의 유족이 다녀간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잠재적인 전염성이 있어 노출 최소화 방식으로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고 보건당국은 설명했다.

대구시는 명복공원 직원들이 집단 감염되는 만일의 사태까지 고려해 화장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유가족을 최대한 배려하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들이 많다"며 "명복공원 자체가 감염원이 되면 그 파급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유가족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5곳…사실상 '안치'만
화장 이후 장례도 일반적이진 않다.

현재까지 대구에서 코로나19 고인의 빈소를 차린 유족은 국내 14번째 사망자인 이모 씨 가족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자녀들이 음성 판정을 받아 가능했다.

양성 판정이 나온 남편은 자가격리된 채 진행됐다.

이씨 딸은 "엄마를 화장하고 빈소를 마련할 때까지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사망 당일 분골한 봉안함을 들고 우리 집에 왔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 과정도, 죽음 이후까지도 한스럽다"고 말했다.

이씨 유족이 대구 서구보건소로부터 통보받은 '국가재난대비 지정 장례식장'은 파티마병원, 대구의료원, 칠곡경북대병원, 한패밀리병원, 대구보훈병원 등 5곳이다.

음성 판정에도 5곳 모두 이씨의 장례식을 거부했다고 유족들은 말했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들에 따르면 유족에게 빈소를 차려줘야 할 의무는 없다고 한다.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이 빈소나 장례가 아닌 '전염병 격리 안치실'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장례식장들은 유족들에게 빈소를 차려 장례를 진행하기보다 안치 이후 화장까지만 권고하는 분위기다.

대구의료원 장례식장 관계자는 "상주가 원하면 빈소는 차릴 수 있으나 코로나19 감염 문제 때문에 자가격리 대상자나 판명 대상자는 할 수 없고 코로나19와 관련 없는 사람들만 할 수 있다"고 말했다.또 다른 국가재난대비 지정장례식장 관계자는 "요새는 빈소를 차려도 문상객이 거의 없어 장례식 빈소를 가급적 안 차리는 게 낫다고 만류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다중이용시설은 감염 우려가 있지 않나"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