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바닥?…'상승 베팅' 레버리지펀드에 1주간 8천억원 유입

주가 하락에 손실 커져도 반등 기대 저가 매수 몰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증시가 불안한 와중에도 주가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레버리지펀드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설정액 10억원 이상 펀드의 자금 흐름을 집계한 결과 지난 2일 기준 레버리지 펀드 69개의 설정액은 총 6조7천871억원으로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7천859억원이 순유입됐다.

이 기간 설정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상품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으로 순유입액이 3천820억원에 이른다.

'삼성KODEX코스닥150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과 'NH-Amundi코리아2배레버리지증권투자신탁[주식-파생형]'도 1주간 각각 1천115억원, 1천860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레버리지펀드는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지렛대로 활용해 기초지수 상승률의 1.5∼2배 수익을 추구하는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다.

증시가 상승세를 타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주가지수가 하락하면 손실 폭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급증하자 국내 증시는 가파르게 내리막길을 걸었고 지난달 28일에는 반년 만에 코스피 2,000선이 무너졌다. 코로나19 확산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번지면서 미국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 전반이 휘청거렸다.
실제로 레버리지펀드 수익률은 최근 1주 평균 -13.54%, 연초 이후 평균 -16.60%로 저조한 수준이다.

일주일 동안 설정액이 3천억원 넘게 늘어난 '삼성KODEX레버리지증권상장지수투자신탁[주식-파생형]'도 이 기간 수익률이 -16.12%에 그쳤다. 최근 1주와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각각 -8.69%, -9.95%인 국내 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레버리지 펀드는 더 큰 손실을 냈다.

그런데도 레버리지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은 이제 주가는 바닥을 찍었고 오를 일만 남았다고 기대하는 투자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리버스마켓 펀드는 최근 1주간 평균 수익률이 10.53%에 이르는데도 이 기간 5천429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보면 증시는 단기 급락하면 그 이후 반등했다"며 "국내 증시가 오래 박스권에 갇히면서 일정한 밴드(등락 범위)를 벗어나면 저가 매수가 들어오곤 했고, 코로나19 이슈로 2,000선이 깨지면서 역시 레버리지 펀드로 저가 매수 자금이 들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레버리지 펀드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간에 희망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