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전에 대형 기관에 물량 배정 가능…공모주 배정방식 확 바꾼다

금융위 '코너스톤 인베스터' 도입
기업공개(IPO) 때 연기금 등 대형 기관투자가를 사전 유치하는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가 이르면 상반기 도입된다. 기관과 개인, 우리사주, 정책성 펀드에 일정 비율대로 일괄 적용하던 IPO 주식 배정 방식이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업무계획 중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정책과제’를 4일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를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해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새롭고 혁신적인 금융서비스에 대해 금융업법상 인허가 및 영업행위 등의 규제를 최대 4년간 유예하는 제도로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불린다. 이 서비스를 활용하면 법 개정 없이도 상당 기간 코너스톤 인베스터를 시행할 수 있다는 뜻이다.금융위는 4월 세부적인 코너스톤 인베스터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한 뒤, 이를 적용하길 원하는 IPO 주관사(증권사)를 대상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KB증권 등 대형사들이 코너스톤 인베스터 도입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코너스톤 인베스터는 IPO 전 단계에서 추후 결정될 공모가격으로 공모 주식을 인수하기로 약속하는 대형 기관투자가를 말한다. 연기금과 보험사,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에 코너스톤 인베스터 자격이 주어질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모 물량이 많거나 어려운 기술 적용 등으로 업종 분석이 까다로운 기업 등에 코너스톤 인베스터를 유치하면 장기 투자를 사전 확보해 IPO 성공 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공모 물량 배분 방식이 대폭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선 우리사주 20%, 개인 20%, 하이일드펀드 10%, 기관 50%로 IPO 물량이 배정된다. 기관투자가들은 수요예측에 참여해 물량을 받아간다.앞으로는 주관사가 코너스톤 인베스터를 유치해 기관 물량의 상당 비중을 미리 배분할 수 있다. 2021년 하이일드펀드, 2024년께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한 의무 할당 규제가 사라지면 코너스톤 인베스터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또 IPO 주관사인 증권사가 중소기업 지분에 한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현재 IPO 기업 지분 보유 허용 비율은 5%다.

증권사의 벤처 대출에 대한 자본적정성 규제도 대폭 완화된다. 벤처 대출에 대해선 일반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50%,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100%까지 순자본비율(NCR) 산정 시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기로 했다.

하수정/오형주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