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9부 능선 넘은 '타다 금지법'…국회 본회의만 남았다

VCNC '타다 베이직' 서비스 중단 발표
이재웅 "혁신 금지한 정부·국회 죽었다" 비판
이른바 '타다금지법(여객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타다 이용자 7만7000여 명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국회 본회의만 남겨두게 됐다. 통상 법사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본회의에서 의결되는 전례에 비춰볼 때 타다 금지법이 어렵지 않게 최종 문턱을 넘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법사위는 이날 오후 3시 안건심사를 위한 전체회의를 열어 오후 5시50분경 여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여객법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차량을 빌리되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법제화되면 타다 영업이 사실상 불법으로 전락해 타다 금지법으로 통칭된다.

이날 통과된 여객법 개정안은 국토교통부의 수정안이다. 국토부는 "플랫폼 사업자가 차량과 운전자를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조항(49조2항)을 빼고 '대여사업용 자동차를 임차한 경우(렌터카)'를 명시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내놓은 이유에 대해 "타다의 경우 (수정안에) 렌터카가 명시되지 않으면 타다는 사업을 못하는 게 아니냐고 문제 제기했다"며 "그래서 지금의 렌터카 이용 영업 방식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렇다 해도 여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현행 방식의 타다는 불가능해진다. 타다는 개정안 통과와 동시에 1년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플랫폼 운송면허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기여금, 택시 총량제 등도 따라야 한다.

타다를 계속 운영하려면 운행 방식을 바꾸는 전략이 불가피하지만, 타다 운영사 박재욱 VCNC 대표는 이날 타다 금지법 법사위 통과에 따라 당분간 렌터카 기반 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접겠다고 발표했다.

박 대표는 "타다는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많이 노력해봤지만 타다금지법 통과를 강하게 주장하는 의원들과 국토부를 설득시키지 못했다. 타다 드라이버에게도 죄송하다"고 말했다.여객법 개정안에 포함된 기여금이나 총량제 문제는 세부 시행령을 통해 정해질 예정이다. 김 장관은 "(개정안 통과 이후)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스타트업들과의 협의를 통해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채이배 의원(민생당)과 이철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타다 금지법에 대한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타다 금지법에 대해 더 논의한 뒤 5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의원은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쪽(타다)에서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협을 시도해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의 법사위 통과 직후 "혁신을 금지한 정부와 국회는 죽었다"며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이 대표는 "정부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면서 사법부의 판단에도 불복해 이 어려운 경제위기에 1만여명의 드라이버들과 스타트업의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입법에 앞장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며 "혁신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들과 혁신을 지지해주신 더 많은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타다 금지법 통과를 주장하던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는 "여객법 개정안 법제화를 지지하는 입장이라 법사위 통과를 환영한다"면서 "아직 과정이 남았으니 좀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