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북미로, 화웨이는 유럽으로…'5G 장비 전쟁' 격화

'反화웨이' 반사이익 삼성

美 버라이즌·스프린트 등과 계약
캐나다·일본·뉴질랜드에 수출 성과
글로벌 점유율 23%…2위로 우뚝
삼성전자 직원들이 5세대(5G) 이동통신 장비를 이용한 서비스를 시연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5세대(5G) 이동통신장비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화웨이 등 세계 통신장비사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세계 각국에서 5G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북미 시장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가 진출할 수 없는 시장을 노렸다. 화웨이는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북미서 선전하는 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5일 뉴질랜드 최대 이동통신사인 스파크와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 상용화한 3.5㎓(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 5G 기지국 등 통신장비를 공급한다. 삼성전자가 뉴질랜드에 통신장비를 수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스파크는 그동안 화웨이의 4세대 이동통신(LTE) 장비를 사용해왔다.

미국 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5위 이동통신사인 US셀룰러와 5G 및 4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통신장비는 이전 세대와의 호환 문제 때문에 새로운 기업의 공급 계약을 따내기 어렵다”며 “US셀룰러와 맺은 첫 공급 계약이 의미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지난해에는 미국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와도 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미국 5대 이동통신 사업자 중 3위인 T모바일을 제외한 모든 통신사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과 계약을 맺은 네 개 사업자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5G 확산을 기회 삼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입지를 넓힌다는 전략이다. 장비를 대량으로 교체하는 세대 교체기엔 점유율을 끌어올리기가 좋기 때문이다. 북미 시장뿐만 아니라 캐나다 비디오트론, 일본 KDDI 등과도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도 크게 올랐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에 따르면 세계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23%로 화웨이(30%)에 이어 2위다. 3위는 에릭슨(20%), 4위는 노키아(14%)다. 전체 통신장비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2018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은 5%였지만 지난해 11%까지 뛰었다.유럽 공략하는 화웨이

화웨이는 수출길이 막힌 미국 대신 유럽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화웨이는 지금까지 세계 시장에서 총 91건의 5G 통신장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인 47건을 유럽 기업과 체결했다. 영국 보다폰, 독일 텔레포니카 도이칠란트, 노르웨이 텔레노어 등이다.

지난달엔 프랑스에 5G 부품 공장을 세우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화웨이가 유럽에 세우는 첫 공장이다. 공장 설립에는 2억유로(약 2600억원)를 투입한다. 중국 이외 지역 공장 가운데 최대 규모다. 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미국과 달리 유럽 각국은 화웨이에 대해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편이다. 영국은 지난 1월 화웨이 5G 통신장비 도입을 일부 허용했다. 핵·군사시설 등 주요 시설에만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했다. 유럽연합(EU) 역시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화웨이 5G 장비 도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 이외에 호주, 일본, 베트남 등도 사실상 화웨이 통신장비 도입을 금지하고 있다. 화웨이는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계약을 따내고 있다. 각국 이동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는 이유는 높은 기술력과 싼 비용 때문이다. 화웨이 통신장비 구축 비용은 경쟁사에 비해 20~30%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