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K리그 복귀한 이청용 "우승하고 싶어 울산 선택"

"기성용과는 언젠가 다시 함께 뛸 기회 있을 것"
프로축구 울산 현대의 유니폼을 입고 11년 만에 K리그로 복귀한 이청용(32)이 "우승을 하고 싶어서 울산에 왔다"고 힘줘 말했다. 이청용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울산 입단 기자회견을 하고 K리그 복귀 소감과 새 출발에 대한 각오 등을 밝혔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 VfL 보훔에서 뛰던 이청용은 3일 울산으로 완전히 이적했다.

이로써 2009년 FC서울 떠나 잉글랜드 볼턴 원더러스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오른 이후 11년 만에 K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이청용은 잉글랜드 크리스털 팰리스를 거쳐 2018년부터 보훔에서 뛰어왔다.

3년 계약을 한 것으로 알려진 울산은 이청용에게 구단 역대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이청용은 김광국 울산 단장으로부터 등 번호 '72'가 새겨진 새 유니폼을 전달받아 착용했다. '72'는 이청용의 생일(7월 2일)과 결혼기념일(7월 12일)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한다.
이청용은 먼저 "11년 만에 K리그에서 뛸 기회가 왔는데 국내 팬들 앞에서 매주 경기할 수 있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런 기회를 준 울산 현대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청용과 보훔의 계약 기간은 올해 6월까지였다. 이청용은 "국내로 돌아오기까지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한 후 결정했다.

유럽축구에 더는 미련이 없어서 복귀를 고려했다"면서 "올여름보다는 새 시즌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들어오고 싶어 이적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울산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몇 년 전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경기에 못 나가고 있을 때부터 울산이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줬다.

당시는 아직 유럽에 미련이 남아 국내 복귀는 고려하지 않아 정중히 거절했다"면서 "그때 고마움이 저도 모르게 가슴 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듯하다"고 밝혔다.

울산은 2005년 이후 K리그 우승 경험이 없다.

이청용도 서울에서 뛸 때 2006년 리그컵에서 정상을 밟아 본 게 우승 경력의 전부다.

이청용은 "제가 울산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도 우승하고 싶어서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만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지금 상황에서 우승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면서 "우승을 보고서 시즌 달려간다기보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 준비하도록 하겠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첫걸음을 뗀 11년 전과 지금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이청용은 "플레이 스타일도 그렇고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마음가짐은 그때나 지금이나 같다.

항상 간절함을 갖고 뛴다.

오히려 그때보다 지금이 더 매 경기 소중하고 간절하다.

저도 기대가 된다"면서 "K리그 우승의 꿈을 울산과 이루고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내 복귀를 고려할 때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었느냐는 물음에는 "여러 생각 많이 들더라. 사람들이 기억하는 저의 모습은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기대치가 높을 것 같기도 하다"면서 "부담도 될 수 있지만,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몫이다.

책임감 있게 경기를 준비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돌아왔다"고 답했다.

프로에 데뷔했을 때 팀인 서울에 대해서는 "국내로 복귀할 때는 서울밖에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면서 변함없는 애정을 드러냈다.

이청용은 "서울은 내가 가장 애정을 가진 팀 중 하나다.

울산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그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다.

어려서부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곳이고 축구선수로서 최고의 경험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곳이다"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서울도 이번 시즌 순위경쟁에서도 잘했으면 좋겠다.

좋은 성과, 성적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다만 서울과 위약금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말씀드릴 수는 없을 듯하다.

다음에 서울과 얘기해볼 생각"이라면서 "국내 팬들 앞에 뛰는 모습을 보여드릴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돌아왔으니 그런 마음을 한국 최고 구단 중 하나인 서울도 이해해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청용은 서울을 떠나 볼턴에 입단할 때 K리그 복귀 시 타 팀과 계약하면 6억원 정도의 위약금을 내기로 서울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선수로 등록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아직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했다.

이청용은 비슷한 처지에서 국내 복귀를 추진하다 스페인으로 방향을 튼 서울의 옛 동료 기성용(마요르카)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줬다.

"성용이가 축하한다는 말을 해줬다"고 입을 뗀 이청용은 "국내로 돌아올 마음 먹고 팀을 알아보다 결과적으로 좋지 않게 돼 팬들도 아쉬워했지만 가장 아쉽고 상처받은 것은 선수 자신이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아니지만 언젠가 다시 국내에서 같이 뛸 기회 있을 것이다" 그때는 주변에서 많이 도와줬으면 좋겠다.

한국 축구에 있어 특별한 선수인 성용이가 K리그 뛰는 것은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청용은 유럽 생활을 되돌아보면서는 "처음 볼턴으로 갈 때 기분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다.

첫 시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면서 "볼턴에서 좋은 기억도 많고 선수들과도 잘 지내 아직도 그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제게 아주 특별한 팀"이라고 밝혔다.

국가대표팀과 관련된 생각도 전했다.

이청용은 "대표팀은 항상 욕심을 낸다고 가서 뛸 수 있는 자리 아니다.

아주 특별한 자리다"라면서 "다시 부름을 받는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K리그 개막이 연기된 데 대해서는 "안전하게 축구 팬들이 축구장 오셔서 경기를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바람밖에 없다"면서 "다들 힘내시고 하루빨리 경기장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