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약국 앞에 마스크 줄…처방약 사는 환자들 뒤로 밀려

신분증 깜빡하는 시민도 속출…"1인당 2장은 너무 적다" 불만
동네 약국은 업무 마비 "다른 일하고 엉킬까봐 걱정"
사건팀 = 6일 오전 10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의 한 약국에 공적 마스크 100개가 들어왔다.마스크가 납품되기 전부터 이미 약국 앞은 마스크를 사려는 북새통을 이룬 채였다.

규모가 크지 않은 이 약국은 직원이 약사를 포함해 2명뿐. 마스크 판매가 시작되자 한 명은 5개들이로 납품된 마스크를 2개씩으로 나누고, 다른 한 명은 모든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시스템에 입력하느라 다른 업무는 전혀 할 수가 없었다.

마스크가 아니라 다른 처방 의약품을 사려고 약국에 찾아온 환자가 있었지만, 직원들은 이 환자에게 제대로 말도 붙이지 못했다.약사는 대기 중이던 환자에게 한참 뒤에야 "죄송하지만 마스크 판매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셔야 할 것 같다"며 미안해했다.

이날부터 전국의 약국에서는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모든 마스크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가동됐다.

한 명이 살 수 있는 마스크 양도 2장으로 제한됐다.다음 주부터는 '마스크 5부제'가 시행되면서 1명이 1주일 동안 마스크 2장만 살 수 있게 된다.
소규모 약국 입장에서는 마스크 갑자기 늘어난 업무량이 큰 부담이다.

서울에서 소규모 약국을 운영하는 한 약사는 "이런 시스템이 도입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막막했다"며 "그래도 이번 주는 5부제는 아니어서 덜 복잡하겠지만 다음 주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다른 소규모 약국의 약사는 "우리 약국은 약사 2명과 직원 1명이 근무하는데, 약도 지으면서 마스크 구매하는 사람들 신분증 확인하고, 심평원 공적마스크포보 시스템에 신분증 등록도 해야 한다"며 "다른 일 하고 엉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약국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오전 10시께 공적 마스크 물량 250장을 납품받은 서울 종로의 한 대형 약국에서는 비교적 원활하게 마스크 판매가 진행됐다.

20명 내외인 약국 직원 중 일부가 마스크 전담 창구를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직원들은 다른 업무를 담당할 수 있었다.

다만 신분 확인이 필요 없던 종전에 비하면 판매에 걸리는 시간이 배 이상 늘었다.

이날 납품받은 250장을 판매하는 데 1시간 20분이 소요됐다.

평소에는 10∼20분이면 판매가 마무리됐었다.
이 대형 약국의 약사는 "입력하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며 "마스크 2장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부터 온갖 개인정보를 입력하는데, 우리 같은 약국은 괜찮겠지만 작은 약국은 시간이 너무 많이 지연된다고 판단하면 공적 마스크 받기를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예상했다.

복잡해진 판매 절차에 일부 시민들은 불만을 내비쳤다.

마포구 아현동의 약국에서 만난 60대 주부 A씨는 "신분증을 제시해야 마스크를 살 수 있다는 것도 어이없고 다음 주부터는 수량도 1주일에 2개로 제한된다니 그것도 너무 적다"며 "직장에 나간 남편 대신 내가 신분증을 가져올 수도 없다더라. 화가 난다"고 말했다.신분증을 깜빡해 이날 마스크를 사지 못한 40대 남성은 "평소에 신분증을 안 갖고 다니는데 마스크 때문에 가지고 다녀야 할 판"이라며 "이렇게 혼란을 일으키는지 모르겠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