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합의 깨놓고 적반하장…이인영 "난 찬성했다" 어물쩍 사과

현장에서

인터넷銀 특례법 부결 비판에
박용진 "통합당 70명만 표결
왜 나한테 화내나" 되레 큰소리

조미현 정치부 기자
“대한민국 법률이 1+1이에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부결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정태옥 미래통합당 의원이 표결에 앞서 “여야 합의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패키지로 통과시키기로 했던 법”이라며 개정안 통과를 호소한 걸 비꼰 것이다.20대 국회 들어 본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이 부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광물자원공사의 법정자본액을 증액하는 내용의 광물자원공사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됐지만, 이는 여야 합의 법안이 아니었다. 통상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로 올라온 법안은 90% 넘는 찬성률로 통과되기 마련이다. 20년 가까이 국회에서 근무한 입법조사원조차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통합당은 기권표를 던진 이혜훈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찬성하며 민주당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런데도 박 의원은 “자기들(통합당 의원들)이 70명밖에 안 와놓고 왜 나한테 화를 내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처럼 여야가 합심해 통과시키기로 한 법안이 좌절됐는데 적반하장식으로 나온 것이다.

통합당은 개정안을 부결시키기 위해 민주당이 법안 처리 순서까지 바꿨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초 인터넷전문은행법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앞서 처리될 예정이었다는 게 통합당의 주장이다. 심재철 통합당 원내대표는 “정무위원회에서 합의를 깨고 순서를 뒤바꿔 본회의에 올려줬을 것으로 추측한다”며 “합의를 파기하고 신뢰를 배반하는 이 같은 작태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민주당 원내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부결 처리를 방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따로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에 손을 들어주기 부담스러워하는 의원들에게 자율 투표를 맡겼으니 결과는 뻔했다. 개정안이 부결된 뒤 통합당 의원들이 강력 항의하자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나는 찬성했다. 일부러 지시한 것이 아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이 원내대표는 하루 지난 6일에야 “본회의 진행에 혼선이 일어난 것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의원 개개인의 소신 투표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부결을 옹호하는 듯한 태도도 보였다. 민주당은 다음 회기에서 인터넷전문은행법 처리를 약속했지만 4·15 총선 후 국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지는 미지수다.

mwise@hankyung.com